“저쪽으로!” 모스크바 테러 현장서 100여명 목숨 구한 15세 소년영웅

입력 2024-03-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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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 텔레그램 캡처
▲출처=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 텔레그램 캡처
끔찍한 모스크바 테러 현장에서 100명 이상을 구한 중앙아시아 이민자 소년이 러시아에서 ‘시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당시 아르바이트 중이었던 그는 공연장 자리를 잘 알고 있어 위험한 순간 관객들을 비상구로 피난시켰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온라인매체 가제타루 등에 따르면 15세 소년 이슬람 할릴로프(15)는 총격이 벌어졌을 당시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의 1층 외투보관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할릴로프는 모든 관리자와 마찬가지로 긴급 상황 발생 시 지침을 사전에 교육받았다.

그는 총격이 시작됐을 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즉시 이해하지 못했지만 “처음에는 에스컬레이터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하지만 총격 및 비명 소리가 점점 커졌고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할릴로프는 당시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안심시킨 뒤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안내했다. 그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막다른 화장실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을 보고는 반대편에 있는 안전한 건물로 대피하도록 했다. 당시 할릴로프가 뛰어가며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보면 그는 “저쪽으로, 저쪽으로, 모두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내보냈다.

할릴로프는 인터뷰에서 “테러범을 직접 봤는데 솔직히 너무 무서웠다. 한 명은 수염을 기른 채 녹색 작업복을 입고 자동 소총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람들 뒤로 가서 아무도 남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탈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충격에 빠져 서 있으면 나와 수 백명이 목숨을 잃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할리로프는 수업이 없을 땐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유소년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구단을 그를 홈경기장에 초청해 1군 선수들을 만나게 해주고 시즌티켓과 유니폼을 선물했다. 러시아 래퍼 모르겐시테른은 감사의 표시로 100만 루블(약 1400만 원)을 전달했다.

러시아 무슬림 지도자인 무프티 셰이크 라빌 가누트딘은 29일 그에게 ‘최고 무슬림상’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조사위원회 역시 그의 활약을 인정하고 공로상을 수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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