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부, 건설업계와 공사원가 통계 제작 검토한다

입력 2024-03-26 14:52 수정 2024-03-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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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쌍용건설과 협력사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물가 상승을 반영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쌍용건설)
▲지난 해 쌍용건설과 협력사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물가 상승을 반영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쌍용건설)

공사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국토교통부가 건설업계의 실제 공사계약 내역 사례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잿값 상승 등 요인이 실제 공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내역 공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대한건설협회와 공공부문 공사원가 관련 세부 내역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계 작업이 이뤄진다면 공사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공사 계약금액, 공사별 마진 등의 항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은 공시를 통해 총 매출액과 영업이익, 공사수주 규모, 매출원가는 공개하고 있지만 개별공사에 대한 상세 내역은 알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이 같은 데이터를 요청한 것은 공공부문 공사비 인상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앞서 공공부문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잇따라 유찰되거나 공사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 입찰을 진행한 대규모 SOC 사업 가운데 △일산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공사(6169억 원) △광주 도시철도 2호선 7·10공구 건설(3022억 원) △서울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9936억 원) 등이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이달 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세종시 행복도시 4-2생활권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18공구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해당 공사는 시공사와의 협의로 18일 재개됐다.

물가 상승 등으로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모두 오른 반면, 공사비는 낮아 건설사들은 사업 수주 자체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레미콘값은 7.2%, 창호유리는 17.7%, 강화합판마루는 1.3% 올랐다. 노임단가 역시 보통인부는 3.05%, 특별인부는 5.61%, 콘크리트공은 4.14% 상승했다. 이에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기본형 건축비를 ㎡당 197만6000원에서 203만8000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히며 힘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도 업계 의견에 공감하고, 공공공사비 인상을 위해 기획재정부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산 부처를 설득하기 위해서 원가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산을 집행하려면 건설사들이 실제 손해를 보고 있는지 상세 내역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기재부 입장일 것"이라며 "구체적인 근거 없이 공사비만 인상해달라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건설협회는 우선 올해 공사원가 데이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공사비 원가 상승으로 공공공사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관계부처에 건의하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실제로 시공사 손해가 발생한 공사 사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올해 협회 사업계획 중 하나로 통계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가 데이터를 모으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원가는 말 그대로 각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공사비 원가를 감축하기 위한 방안까지도 공개될 수 있어 건설사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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