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번호이동 지원금 3배↑…소비자 반응은 싸늘

입력 2024-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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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아닌 구형 모델들이 집중
고가요금제 의무사용 요구 여전
이통3사 간 가격 경쟁도 '미지근'
3만원대 5G 요금제 확대 예고
통신비 인하체감 이끌어낼지 관심

이동통신 3사가 번호이동 고객에게 제공하는 전환지원금이 30만 원 초반대로 3배 넘게 올랐다. 당초 회사별로 10만~13만 원이었던 전환지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나서면서 지원금이 대폭 확대되고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연이은 압박에 지원금은 뛰었지만, 막상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환지원금이 갤럭시 S23시리즈와 갤럭시Z플도5 등 구형 모델에 높게 책정되면서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12~13만 원대 고가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건 여전하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에서 가장 높은 지원금 32만 원을 제공하는 기종은 갤럭시 S23 울트라다. 이를 받기 위해선 12만5000원짜리 5GX 플래티넘 요금제를 6개월간 사용해야 한다.

실제 휴대전화 판매 현장에서도 전환지원금에 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25일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A 씨는 “신제품을 사려는 고객이 많다 보니 전환지원금은 주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30만 원을 받지 않고, 자급제 휴대전화에 3~5만 원대 요금제를 쓰는 게 더 이득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의 압박만으로 단기간에 통신사 간 치열한 경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유영상 SKT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전환지원금이 실적에 미칠 영향을 묻는 주주의 질문에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통신사 간 전환지원금 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지만,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KTOA
▲출처=KTOA

이통사간 활발한 경쟁이 일어나기에는 시장이 성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5년간 통신사간 경쟁이 둔화하면서 번호 이동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KTOA(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통신3사의 번호이동 고객은 2019년 493만 건에서 2023년 276만 건(자사 번호이동 포함)으로 약 44% 감소했다.

반면 알뜰폰(MVNO)으로 옮긴 이용자는 크게 늘었다. 같은 알뜰폰 번호 이동 건수는 86만 건에서 286만 건으로 약 3.3배 급증했다. 올해 1~2월에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됐다. 1월 이통3사의 번호이동변동건수는 25만 2910건, 2월 23만 8451건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곧 발표될 SKT, LGU+의 3만 원대 5G요금제가 실제 소비자의 체감을 끌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데이터 소량 구간을 세분화하는 3만 원대 5G 요금제를 두고 막판 협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새로운 요금제가 발표될 전망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신사들은 어느 순간부터 경쟁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시장 논리에 따라서 가는 건 긍정적이나 지나친 경쟁이 갖고 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지, 총선을 지나 이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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