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는 오토모티브·게이밍·SSD 고수익 집중
美 첨단 패키징 공장 검토 중…확정 안돼
SK하이닉스가 올해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초격차를 벌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전체 D램 매출 가운데 HBM의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 부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7일 오전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전체 D램 판매량 중 HBM 판매 비트(bit) 수가 두 자릿수 퍼센트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전체 D램 판매량 중 HBM은 한 자릿수 퍼센트였다”며 “올해는 계속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이날 HBM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연신 내비쳤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점유율 53%를 기록하면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우리 회사의 HBM 사업이 현재 성과를 달성하기까지 10년 이상의 노력이 있었다”며 “2023년 HBM3(3세대 HBM) 매출액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MR-MUF보다 열 방출 성능이 10% 향상된 어드밴스드 MR-MUF를 통해 12단 HBM3를 개발했고, 현존 D램 최고 성능이 구현된 HBM3E(4세대 HBM)는 이달부터 공급을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AI 선도 기업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HBM 1등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방식으로, SK하이닉스가 자체 개발한 차세대 핵심 공정이다.
지난해 손실이 컸던 낸드 사업과 관련해서는 수익성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곽 사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지속하되, 전체적인 낸드 투자는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오토모티브, 게이밍,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수익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첨단 패키징 공장 부지 선정에 관해서는 “검토 중이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미국 첨단 패키징 공장 부지로 애리조나주가 아닌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 지역을 낙점하고 40억 달러(약 5조362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WSJ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최대 반도체·마이크로 전자공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 중 한 곳인 퍼듀대학의 엔니지어 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감안해 애리조나주로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곽 사장은 상반기 내 공장 부지를 발표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확정되면 말씀드리겠다”며 선을 그었다.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어떠한 판단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중국에서 저희 사업하는 데 있어 경영환경, 정책변화 등을 점검하고, 사업에 대해 반영할 만한 게 있는지 전략상 점검하러 갔다”고 설명했다.
곽 사장은 앞서 2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 기업인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다롄에 낸드플래시, 충칭에 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사내이사·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직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승인 등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