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옮기고,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4·10 총선 ‘황당’ 공약들 [이슈크래커]

입력 2024-03-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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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28일) 0시 막을 올렸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선대위 관계자들은 이날 0시 서울 송파 가락시장에서 첫 공식 선거운동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선대위는 오전 10시 용산역 광장에서 출정식을 열었죠.

녹색정의당은 유일한 지역구 현역인 심상정(경기 고양갑) 의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날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새로운미래는 서울 송파 가락시장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데 이어 대전 대덕구에서 중앙 선대위 출정식을, 오후에 이낙연 상임고문이 출마한 광주 광산을에서 호남 선대위를 여는 ‘호남선 출정’에 나섰습니다. 개혁신당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을 공략하면서 ‘정치 개혁론’을 집중적으로 띄웠고요.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의 고향인 부산을 찾아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출정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심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심판’은 이번 총선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듯합니다. 국민의힘은 ‘거야 심판’을,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각각 전면에 내걸고 본격적인 레이스에 나서게 됐는데요. 총선까지 판세는 말실수나 막말 논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의 향방, 투표율 등 변수에 따라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만큼, 각 당이 외치는 공약에도 시선이 쏠립니다. 그런데 이 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듯한 ‘황당한’ 공약들도 있어 눈길을 끌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여야 모두 ‘심판론’ 꺼냈다…국민의힘 ‘이·조 심판’ vs 민주당 ‘정권 심판’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자정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물가를 살피고 상인들을 만나는 일정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서울 마포 지원 유세에선 “우리는 정치개혁과 민생 개혁, 범죄자들을 심판한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에 나섰다”며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해야 한다. 그것이 네거티브가 아니고 민생”이라고 말했는데요.

전날 발표한 ‘국회의 완전한 세종 이전’ 공약을 거론, “우리는 이런 정치개혁을 할 진심을 갖고 있다”며 “그 전제조건으로 범죄자 세력이 여러분 같은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재명 대표는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에서 “정권의 무능 때문에 물가는 폭등하고, 전쟁 불사만 외치는 어리석음 때문에 한반도 평화도 위기를 맞았다”며 “대한민국을 이렇게 퇴행시킨 장본인은 윤석열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새마을전통시장을 찾아서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국정 실패로 민생과 경제가 완전히 파탄 지경에 처했다”고 비판한 바 있는데요. 그는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성사 가능성 ‘미지수’인 공약 잇따라…서로 ‘현실성’ 지적하기도

일각에서는 황당한 공약들도 쏟아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나무당의 파격 공약’이라는 글이 확산했습니다. 여기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가발 벗기기’, ‘윤석열 대통령 하야’, ‘친일파 무덤 파묘’, ‘서울대 폐지’, ‘여성 인권에 편향된 성폭력 상담조직 인권위 전면 개편’ 등 비정상적인 공약이 포함돼 있었죠.

이는 당의 공식 공약은 아닙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소나무당의 비례대표 후보 2번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해 온 말들로 알려졌는데요. 변 후보는 공식적으로도 윤 대통령을 1년 안에 조기 퇴진시키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정권 심판론을 통해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죠.

성사 가능성이 미지수인 ‘실제 공약’들도 포착됐습니다. 청주에서는 거대 양당 후보들이 ‘지역발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공약’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치’와 ‘청와대 이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 유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김동원 국민의힘 후보는 “삼성은 2032년까지 공장 4개 추가 증설 등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서 “식약처 등 기반시설이 있고, 오송·강내·옥산 등에 투자용 부지가 충분한 흥덕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유치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3∼4년의 중기 목표를 정해 지역구 국회의원, 충북도, 청주시가 삼각편대를 이뤄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삼성 경영진과 주기적으로 협의를 이어간다는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고 부연했죠.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 선대위 전략상황실장을 지내는 등 친명(친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연희 후보는 ‘청와대를 청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이 후보는 “3년 뒤 대선에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가장 먼저 대통령실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용산 대통령실은 졸속 이전으로 보안 등 여러 문제가 있고, 이미 개방된 청와대로 돌아가기도 어렵다”고 운을 뗐는데요. 그는 “청주는 외국 원수를 맞이할 공항, KTX철도를 모두 갖추고 있고, 행정수도 세종과도 가까워 정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지”라며 “민주 정부 수립 후 정치권, 시민사회와 함께 노력해 청와대 이전을 현실화시키겠다”고 피력했죠.

두 후보는 서로의 대표 공약에 ‘현실성’을 따지고 들기도 했습니다. 27일 충북CBS와 중부매일이 공동 개최해 세 번째로 열린 ‘2024 충북의 선택,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이미 충청북도가 삼성과 협의를 통해 유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 고위직을 통해 알아보니 청주로 갈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죠.

김 후보는 “청와대는 고유명사인데 워딩부터가 잘못됐고, ‘대통령실 청주 유치’가 맞는 표현”이라며 “대통령실이 오면 경제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도 대기업이나 쇼핑몰 등을 유치해 지역을 살리겠다는 경제 공약은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숱합니다. ‘제3 롯데월드(가칭) 유치’를 내건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국민의힘) 후보, ‘현대차 친환경차 생산 공장, 스타필드 안산 유치’를 공약한 김명연(경기 안산병·국민의힘) 후보, ‘TSMC·엔비디아·ASML 등 글로벌 대기업 유치’를 내건 양향자(경기 용인갑·개혁신당) 후보,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를 약속한 박상수(인천 서구갑·국민의힘) 후보 등이 있죠. 모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공약인데요. 언급된 기업들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끼거나 영문조차 모르는 분위깁니다.

▲서울시 송파구 부동산 상가단지의 한 부동산 점포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뉴시스)
▲서울시 송파구 부동산 상가단지의 한 부동산 점포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뉴시스)
지역개발 공약 활용한 ‘기획부동산 사기’ 주의보…국토부 신고 접수 시작

공약이 쏟아지다 보니, 이를 활용한 ‘사기’가 활개 칠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공약을 앞세워 ‘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홍보하면서 사실상 개발 가치가 없는 땅의 가격을 부풀려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서민들이 매수 가능한 1000만∼5000만 원 정도에 맞춰 필지를 분할 판매하며 소액 투자자들을 모으죠. 이번에도 총선을 앞두고 지역 개발 공약이 쏟아지면서 이 같은 사기 조짐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겁니다.

지난해 전체 토지거래 중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서 면적의 10분의 1 이하 지분으로 토지를 쪼개 거래한 비율이 1.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발제한구역에서 이런 지분 거래는 2022년 전체 토지 거래의 0.64%(4198건)를 차지했으나, 지난해는 비중이 0.74%(3561건)로 커지기도 했죠.

정상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토지를 안내한 뒤 실제 계약 때는 개발 가치가 없는 다른 토지로 계약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분양이 어려운 토지에 분양금액만큼 근저당을 설정하고 향후 소유권 이전을 약속하는 기획부동산 사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국토부는 이달 27일부터 6월 30일까지 기획부동산과 관련한 위법 의심 사례를 신고받습니다. 기획부동산과 함께 ‘미끼 매물’ 등 부동산 허위 과장 광고 관련 신고도 받는데요. 신고는 부동산 불법행위 통합신고센터(www.budongsan24.kr, ☎ 1644-9782)로 하면 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D-13…유권자 냉철한 시각 필요한 시점

총선이 불과 1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은 각종 공약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강한 진영논리에서 비롯된 현실성 없는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입니다. ‘일단 던지고 아니면 말고’ 식의 공약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건 물론 정치 혐오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겁니다.

‘캐스팅 보트’인 중도층을 잡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도 진영에만 매몰된 정치입니다.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는 건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국민의힘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도 이 같은 비판을 피하진 못했습니다. 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연간 1조5000억 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민생회복지원금에 소요될 예산은 약 13조 원으로 추정되는데요. 재원 마련 방안, 시행 가능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분석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국 유권자들의 냉철한 시각입니다. 출신지, 계층, 정당에 함몰돼 특정 후보가 무조건 옳다는 판단은 금물인데요. 이와 함께 포퓰리즘 공약을 가려내는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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