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규범·인프라 구축 서두르고
우주안보포럼 등 국제대화 필요해
우주는 경제와 안보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지배권을 놓고 경쟁하는 이익이 점점 더 증가하는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우주 영역은 국경과 영토가 없다는 점, 비정상적이거나 적대적인 활동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기 어려운 점, 우주활동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규제 메커니즘, 새로운 행위자의 등장 등의 특징을 가진다. 최근 들어 또 다른 구조적 변화는 우주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뉴 스페이스의 출현이다. 이를 계기로 우주는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육상, 해상, 항공과 사이버 환경에 이어 다섯 번째 분쟁 환경으로 간주되며 수많은 위험과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시작한 단일 부처(과기부) 주도의 한국 우주개발과 우주정책은 국방과 안보에의 활용을 배제한 채 수행되어 우주산업과 우주기술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었다. 국방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안보 및 국방에 우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우주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작전적 필요성도 제한적이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우주의 군사적 활용에 미국의 눈치를 보고 우주안보라는 도구의 필요성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주개발이 산업화에 이르지 못하고 우주경제를 위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있는 주체로 나가지도 못했다. 이중용도의 우주기술은 민간과 국방용 우주자산의 상호 협력 개발을 통해 국가우주산업 발전의 선순환을 구축하고 우주경제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현재는 GPS, 위성통신 및 우주감시정찰 등의 우주 인프라 없이는 더 이상 무기 운용이나 지휘통제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안보기술이 발전했다. 대부분의 첨단 군사 자산이 점점 더 우주기술에 의존하고 있고 미래 전쟁은 우주에서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한국도 우주 억제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북한의 적대적인 우주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효율적인 우주능력은 절대적 요구조건이다. 이제 우주안보 강화는 한국군 사고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중국은 2007년 탄도미사일을 이용하여 궤도를 선회하고 있는 수명이 다된 기상위성을 요격하는 시험을 단행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 군사 작전은 우주시스템이 지원하는 무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위성 무기의 시험은 큰 이슈가 되었다. 특히 위성은 정해진 궤도를 따라 운용되기 때문에 외부의 물리적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최근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고각발사 및 위성기술 능력의 증진은 “우주에 대한 공격, 우주로부터의 공격, 우주 내에서의 공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우방의 우주 자산에 대한 공격을 통해 우방의 군사 작전 수행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우주안보 전략은 이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을 전개하는 맥락에서 고려해야 한다.
현 정부에서는 작년 6월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였지만 우주안보 관련 내용은 ‘북한 핵·WMD 위협’ 대응능력의 획기적 보장에서 독자적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구비하기 위해 정찰위성, 초소형위성체계 등 정찰위성 자산을 확충해 나간다는 것이 전부다. 안보 대책으로 우주자산의 획득을 언급하고 있지만 구체적 우주안보전략은 없었다.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지형에서 국가우주안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우주안보의 전략방향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주는 국경을 초월하여 민간 및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글로벌 공공재이다. 우주 공간의 규범과 질서 있는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우주안보전략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첫째,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확립하고 우주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용을 촉진해야 한다. 둘째, 우주안보 역량을 보장하기 위한 비용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우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우주기술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국 및 우호적인 국가와 협력하여 추진할 필요성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미국 유럽 등과 다자간 우주안보포럼에의 참여를 강화하고, 실용적인 조치를 통해 우주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이끌 규범 및 규칙 정립을 위해 우주안보대화를 추진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