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감시 기구 사라진다…러시아 반대에 폐지

입력 2024-03-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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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북핵 2차 실험에 대한 대응
상임이사국 포함 8개국이 제재 감시
전문가 패널 8인이 제재 이행 관찰
러시아 반대로 패널활동 내달 종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회원국들이 거수 투표를 진행 중이다. 뉴욕(미국)/신화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회원국들이 거수 투표를 진행 중이다. 뉴욕(미국)/신화연합뉴스

대북제재 여부를 감시하고 위반사항을 추적해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전문가 패널’이 15년 만에 활동을 중단한다. 안보리 대북제재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마련한 핵심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유엔 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하 패널)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연장 결의안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를 감시해온 패널 활동은 4월 30일로 종료된다.

애초 표결은 지난 22일이었다, 그러나 전체 회의 표결 전부터 러시아는 반대 뜻을 고수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이사국은 러시아와 협의를 계속하며 타협안 마련을 시도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상임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을 포함한 총 15개 이사국은 패널활동 연장을 위한 표결에 나섰다. 이 가운데 찬성은 13표, 중국은 기권했고 러시아만 반대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건물 앞에 엠블럼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건물 앞에 엠블럼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이 패널은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1874호를 근거로 창설됐다.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각종 상황을 독립적으로 조사한다. 유엔 회원국 등을 상대로 연간 2차례 보고서를 펴낸다. 이를 바탕으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나 유엔 회원국에 제재 이행 관련 권고를 내놓는다.

북한의 정제유 밀수부터 사이버 공격을 통한 금전 탈취, 무기 제조를 위한 장비 및 부품 반입, 사치품 금수 위반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제재 위반 의심행위를 조사해 왔다.

예컨대 북한 제재 선박의 이동 경로를 쫓아 불법 환적 정황을 포착하는 일도 패널의 몫이다. 나아가 해외에서 제재 위반 행위를 벌이는 북한인 행적을 추적하는 등 수사 기관에 버금가는 역할도 맡는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대북 제재 이행 상황도 상시 감시한다. 위반 활동을 실체적으로 밝혀내 국제사회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패널은 큰 힘을 가졌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 협력에 나서면서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패널의 일원으로 제재 위반 조사에 참여하는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정면으로 어기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그동안 패널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결의를 통해 1년마다 임무 임기를 연장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의 반대로 패널의 감시 활동이 중단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패널 임기 연장안을 논의하면서 북한 주민에 미치는 제재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등 최근 몇 년간 대북제재와 관련해 다른 상임이사국과 다른 입장을 연이어 주장했다.

이번 임기 연장 반대는 안보리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북ㆍ러 군사협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러시아가 주장해온 셈이다.

이날 미국의 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지아 러시아 유엔대사는 표결에 앞서 “서방 국가들이 북한을 '교살'하려 하고 있으며 제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통제하는 데 부적절하다”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제재임이 이미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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