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 올해의 차 EV9 산실”…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가보니

입력 2024-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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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연구소 전기차 핵심 연구시설 공개
극한의 기후 환경 재현하는 풍동 시설
배터리 내재화 속도 내는 배터리 분석실
"최고의 상품성 갖추기 위해 끝없이 담금질"

▲상용환경풍동실에서 태양광 장비를 활용해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고온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상용환경풍동실에서 태양광 장비를 활용해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고온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기온 35도. 머리 위에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후덥지근한 열기에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건조하고 세찬 바람이 거대한 트럭의 앞창을 때린다. 마치 미국의 사막 위에 펼쳐진 도로를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의 상용환경풍동실이다.

상용환경풍동실에서는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유동 가시화 시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가스를 분사시켜 차량 주변의 공기 흐름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풍동실 천장과 측면 설치된 태양광 장비 실제 태양처럼 내부를 뜨겁게 달궜다. 3.3m의 대형 팬은 시속 120㎞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어 실제 주행 조건과 같은 환경을 만들었다.

현대차·기아가 27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남양기술연구소의 전동화 차량 개발 핵심 연구시설을 공개했다. 1995년 출범한 종합 기술연구소로 신차와 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기반 연구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승용·상용 등 전 차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곳이다.

최근에는 전동화 전환에 발맞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개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EV9 등 전 세계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남양연구소 내의 △상용환경풍동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배터리 분석실 △상용시스템시험동을 찾아 전기차 개발의 현장을 확인했다.

세계 최대 규모 상용환경풍동실…“극한 환경서 담금질”

▲상용환경풍동실에서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상용환경풍동실에서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상용환경풍동실은 상용차의 주행 환경을 테스트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내연기관, 전기차, 수소차 등 모든 종류의 차량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전 세계에서 유일한 상용환경시험동이다. 시험 공간은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모드 주행, 배기가스인증 등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영하 40도~영상 60도까지, 습도를 5~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할 수 있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상용 전기차 개발을 위한 핵심 연구시설이다. 시험실에는 400kW급 초고속 충전기 3대가 마련돼 혹서, 혹한 상태에서의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 수소차의 연비를 중량법으로 시험할 수 있는 수소 공급 전용 설비 또한 마련돼 있다.

이강웅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이강웅 책임연구원은 “대기업의 실차 시험실로서는 처음으로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을 획득했다”며 “국내 정부 부처와 학계,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연구와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계속해서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의 심장 개발하는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내의 4축 동력계 시험실에서 아이오닉5의 구동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내의 4축 동력계 시험실에서 아이오닉5의 구동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체제 전환에 따라 기존 파워트레인 개발 조직을 전동화시험센터로 개편했다. 전동화시험센터 내에 있는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전기차 핵심 구동계인 모터와 인버터의 성능을 사전 개발하고 실차 효율 평가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실도로에서 이뤄지는 주행 테스트와는 달리 실내 시험 공간 내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해서 진행할 수 있다.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모사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해 전기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곽호철 전동화구동시험3팀 책임연구원은 “모터 단품 시험부터 차량 양산까지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3가지 동력계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력계 장비의 개수에 따라 크게 1축과 2축, 그리고 4축 동력계 실험실로 나눠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4축 동력계 시험실에서는 아이오닉5의 구동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운전석에서는 사람 대신 로봇이 기어와 액셀,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고 있었다. 연구원이 장비를 가동하자 아이오닉5 차량 구동축에 연결된 장비가 돌아가며 차속에 따른 토크, 모터 온도, 소음·진동(NVH) 파형 등이 그래프로 나타났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고성능 전기차의 주행 시험에 필요한 가혹 조건을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오닉 5 N이 도달할 수 있는 시속 260㎞의 초고속 시험 등도 이곳에서 진행된다.

차세대 배터리 내재화의 중심 ‘배터리 분석실’

▲배터리 분석실의 드라이룸 메인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배터리 분석실의 드라이룸 메인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어 방문한 기초소재연구센터 소속 ‘배터리 분석실’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핵심 연구시설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셀의 성능, 내구성, 안정성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

배터리 분석실은 온·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드라이룸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재욱 재료분석팀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소재 특성상 수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셀 해체실에서는 배터리 셀의 구조 파악과 구성 소재 분석을 위한 시료 채취 작업이 진행된다. 정이든 재료분석팀 파트장은 “배터리 셀 해체 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위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소 최초로 셀 해체 전용 공간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셀 해체실 공간은 혹시 모를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 벽면, 천장을 비롯해 테이블과 같은 기본 설비를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마감했다. 해체실 한편에는 자동소화 설비가 적용된 흄후드와 각종 화재 차단 설비가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메인 분석실에서는 배터리 구성 소재에 대한 기본적인 재질과 화학구조 분석 등 정밀 분석 등을 진행한다. 이곳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라며 “전기차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소재 단위까지 연구하는 것처럼 미세한 격차를 만들기 위한 현대차·기아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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