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해상풍력단지 7년…제주의 랜드마크가 되다 [르포]

입력 2024-03-31 11:00 수정 2024-04-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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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상풍력 선도모델 제주 '탐라해상풍력' 가보니
가동률·이용률 목표치 상회 안정적 운영 실적 보여줘
바다와 어우러진 경관에 식당·카페·숙박시설 등 상권도 늘어
운영사 남동발전, 탐라해상풍력 성공 이어 육상 최대 어음풍력발전 사업도 스타트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금등리의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모습.  (사진=노승길 기자)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금등리의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모습. (사진=노승길 기자)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비가 제주도 전역을 적시던 28일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단지인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2017년 준공 당시 대한민국 해상풍력발전의 성패를 확인하는 가늠자 역할로 주목받았던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가 7년의 세월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리고,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에서 한 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자 푸른 바다 위로 솟은 하얀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왔다.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던 이날 풍력발전기들은 정비 중인 발전기를 제외하고 바람의 신호에 맞춰 3개의 날개를 연신 돌려댔다.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바다에 걸쳐 있는 탐라해상풍력은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된 한국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발전단지로 한국남동발전이 운영하고 있다.

전체 설비용량은 30MW(메가와트)로 3MW짜리 발전기 10기가 전체 8만1062㎡(약 2만5000평) 면적의 바다에 300m 간격으로 일렬횡대를 이루고 있다.

이 단지는 준공 이후 안정적인 운영 실적을 보이며 국내 해상풍력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 해상풍력발전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탐라해상풍력의 성공적인 운영이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발전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성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이 28일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종합상황실에서 취재진에게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승길 기자)
▲이성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이 28일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종합상황실에서 취재진에게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승길 기자)

이성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현재까지 약 98%의 가동률로 운영되고 있으며, 평균 이용률은 약 29%로 사업추진 당시 목표했던 가동률 95%와 이용률 28.9%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생산한 전력량은 총 50만MWh(메가와트시)에 달한다. 생산량을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8만MWh로 4인 가구 기준 약 2만4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런 운영 성과와 함께 재생에너지를 통한 주민과의 상생모델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 당시 풍력발전설비로 인한 소음 증대와 어족자원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약 6년의 운영 결과 걱정은 기우로 바뀌었다.

2015년 착공 당시부터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풍력발전설비가 어족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주민의 주요 수입원인 수중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저 속의 풍력발전설비 구조물, 사석 등이 인공어초 역할을 함으로써 어획량 증대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소음 역시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로 인해 해상풍력설비의 소음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주민의 설명이다.

고춘희 금등리 이장은 "발전기가 돌려면 바람이 세게 불어야 하고, 바람이 세면 파도가 굉장히 일어나기 때문에 발전기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라며 "해녀들도 어획량이 줄어들지 않으니까 반대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경면 전체를 먼 곳에서 바라보면 진짜 예쁘다"라며 "(야간) 경관 조명을 할 때 금등리만 잘되길 바란 것이 아니고 한경면 전체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덧붙였다.

▲야간 조명을 활용해 경관을 꾸민 탐라해상풍력발전기 모습. (사진제공=한국남동발전)
▲야간 조명을 활용해 경관을 꾸민 탐라해상풍력발전기 모습. (사진제공=한국남동발전)

실제로 해상풍력의 경관은 관광객 증대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해역 일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 풍력발전설비 운영 이전과 비교해 식당과 카페, 숙박시설 등 상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야간경관 조성을 위해 해상풍력발전기에 조명을 설치하며, 야간 관광객유치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없는 섬을 뜻하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제주'의 선봉장 역할에서 어느새 관광도시 제주도의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국내 첫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인 탐라해상풍력의 성공에 힘입어 남동발전은 국내 넘버원 해상풍력 전문기업을 목표를 세우고 순항 중이다.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8MW짜리 발전기 9기로 구성된 72MW 규모의 발전기를 추가해 확장 사업을 계획 중이다. 2027년 완공되면 탐라해상풍려발전단지의 전력생산량은 총 100MW를 넘게 된다.

또한 2021년 10월 320MW 규모의 인천 용유무의자월 해상풍력허가, 지난해 7월 320MW급 인천덕적 해상풍력의 발전사업허가를 얻는 등 현재까지 총 2.6GW(기가와트) 용량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다. 이는 해상풍력 인허가 용량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제주시 애월읍 어음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물론, 육상풍력발전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제주 애월읍에 4.2MW짜리 5기로 구성된 호기당 기준 제주 최대 육상풍력의 메카인 '어음풍력발전단지'도 지난해 11월 가동을 시작했다.

어음풍력발전단지는 약 5개월간 1만8000MWh가량의 누적 발전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동률 95%, 이용률 32%를 보이고 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탐라해상풍력발전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국내에서도 해상풍력발전의 경쟁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서남해안 지역 등 풍력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발굴하고,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으로서 대규모 해상풍력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에너지안보 확보, 탄소국경세 대응, RE100 달성 등 국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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