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약 강국’의 길 바이오클러스터

입력 2024-04-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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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택 연세대 약학대학 제약산업학 겸임교수,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

기업·병원·대학 결합해 생태계 형성
민간 주도 정부투자로 성과 극대화
글로벌 기업 협력·정주여건 갖춰야

정부의 정책과제 중에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이 2025년까지 추진되고 있다. 세계에는 유수한 바이오클러스터가 있다. 그중에서 왜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일까.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이며 세계적으로 유수한 대학과 병원, 바이오테크 앵커 기업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탄생·성장해 왔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약 20여 개의 대형병원과 MIT, 하버드대, 보스턴대 등 유수의 연구·교육기관과 1000여 개의 바이오테크 기업이 들어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가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한 것은 병원, 대학, 바이오테크 기업들을 기반으로 민간이 스스로 운영하되, 지자체 및 연방 정부의 막대한 투자 지원을 통해 협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978년 하버드와 MIT 출신의 과학자들이 공동 창업한 바이오젠(Biogen)사는 앵커기업의 역할을 하였다. 바이오젠은 인류의 질병 난제인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레켐비’를 개발한 회사인데, 이는 세계 최초로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혁신 신약이다.

이처럼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민간기업 주도로 시작하여 현재 지방자치단체(시, 주 정부), 연방 정부, 대학의 협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2022년 기준 바이오 관련 분야 고급 인력의 고용은 약 9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고용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제약산업의 영업, 경영, 생산, 연구개발 등을 모두 포함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집적화된 모델이 얼마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분야도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미래 발전적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바이오산업도 마찬가지다. 보스턴과 같이 특화된 클러스터가 글로벌 수준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산업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바이오산업은 혁신단계가 다(多)단계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복잡하다. 정보와 투입물이 효율적으로 적소에 지원되기 위해서는 연관 산업과 전문적인 서비스가 중요하다. 클러스터가 형성되면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생성되어 전문화된 노동 인력과 생산에 필요한 여러 인자가 집적된다. 이에 따라 개별기업의 비용이 감소한다.

우리나라는 바이오클러스터의 중요성을 인식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약 19개의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되거나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혁신 바이오클러스터는 지금까지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외 선진사례와 비교할 때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 분야에 국가 첨단전략산업단지를 공모하고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사례와 그간 국내 바이오클러스터 간에는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유사성이 있지만 실제로 운영방식과 클러스터 내에서의 활동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극복하고 글로벌 수준의 성공모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에 답해야 한다. 첫째, 한국의 바이오클러스터가 글로벌 스탠더드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이 활발할 수 있는가. 둘째, 정부 주도형에서 벗어나 민간 스스로가 단지 내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

바이오클러스터가 세제 등 제도와 정주 여건에서 싱가포르 및 중국 상하이와 비교해 글로벌 수준의 기업, 투자자(VC), 액셀러레이터 등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지는 위 두 가지 답에 달려 있다. 보스턴의 ‘바이오젠’과 같이 클러스터 내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신약 개발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앵커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여부도 그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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