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호소 위해 헌재로 달려간 소상공인들

입력 2024-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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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소상공인 300여 명이 어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과도한 처벌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했다.

헌법소원은 법적 구제절차의 최후 수단이다. 소상공인들이 헌법재판소로 달려간 것은 사정이 얼마나 다급한지 보여준다. 중대재해법은 1월 27일부터 83만여 개의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중소기업계가 2년 유예 연장을 호소했지만 입법 권력을 쥔 거대 야당은 귀를 막았다.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 선제 요구 조건을 정부 여당이 수용했는데도 끝내 법안 처리를 거부했다.

중대재해법의 입법 목적은 사고예방이다. 사업장 안전관리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경영자(책임자) 처벌에 방점이 찍혔다.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기업 군기를 잡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얼마 전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개선을 건의했다. 중대재해법은 그 리스트의 최상단에 위치한다. 해외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조차 어려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모호한 규제이니 국내외 기업들이 하나같이 거부감을 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불합리한 대목이 수두룩하다. 중복 규제가 대표적이다. 중대재해 사고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도 중대재해법을 추가한 것은 옥상옥 발상의 전형이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산안법은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지만 중대재해법은 1년 이상의 징역형을 가한다. 산안법은 주로 현장 책임자와 법인이 처벌받는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대표이사가 현장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처벌만 더 무거워진 셈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불사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안전 관리는 초강력 법규만 만든다고 달성되지 않는다. 돈과 시간,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초 산업안전 대진단에 참여한 21만 개 사업장 중 절반 이상이 기술지도와 재정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세 규모일수록 어려움이 커진다. 30인 이상 515개 기업 중 40%가 넘는 곳이 올해 가장 부담이 되는 규제로 중대재해법을 꼽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헌재 결정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심판 사건 접수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사건이 매듭지어져야 하지만 현실 여건상 대체로 지켜지지 않는다. 평균 처리 기간은 2년 반 정도 소요된다. 중대재해법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체감할 수 있다. 헌재가 중소기업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애만 태우다 끝날 수도 있다.

입법적 해결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4월 총선과 더불어 즉각 21대 국회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22대 국회 회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규제 입법의 폐해를 덜 기회가 없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헌재로 달려간 소상공인들의 호소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회가 그렇게 하면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리민복 관점에서 민생을 돌볼 수 있다. 유종지미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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