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걷기’의 행복

입력 2024-04-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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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기운을 받으려면 5층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는 아내의 신념을 극복하지 못해 30년이 넘도록 아파트 5층에만 살고 있다. 5층이면 엘리베이터 타기는 애매하고, 타려고 기다리기보다 계단을 걸어 오르내리는 것이 시간도 덜 걸린다. 하여 자연스레 걷는 습관이 생겼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출퇴근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관리실 직원들에게 나는 걸어서 다니는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전철역에는 계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는데 항상 계단을 이용한다. 3, 4호선 전철이 교차하는 충무로역의 갈아타는 통로에는 60여 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이 가운데에, 양쪽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갈아타려는 승객들의 98%는 에스컬레이터를, 1~2명 정도만 계단을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힘차게 걸어 올라가는 1~2명은 잠깐이지만 내게 적잖은 울림을 주곤 한다.

골프장에서도 카트를 타지 않는다. 페어웨이에서는 물론이고 홀과 홀 사이를 이동할 때도 걸어서 간다. 친구들과 카트를 타고 가며 수다를 떨어야 재미있고 아내에게 게임에 집중하라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1만3000보 내외 그러니까 8km 정도, 그냥 걷기는 힘든 거리를 게임을 하며 즐겁게 걷고 나면 골프 스코어에 상관없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모른다.

볼수록 놀라운 우리나라 대중교통인프라,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수많은 탈 것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사람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나는 오늘도 오래전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매일 걷고, 덜 달고 더 거친 음식을 먹는다.

내가 이러는 것은 9988124를 실천하신 아버지를 본받기 위함이고,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로서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에게 본을 보이기 위함이고, 그리고 맹모삼천지교라고 엄마가 근무하는 병원에 들러 간식을 먹고 학원에 가던 꼬마가 이제는 중학생이 돼 장차 의대에 진학하여 우리 병원을 이어받겠다는 꿈이 이뤄지려면 앞으로 16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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