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술기업 금리 인하 폭 밝혀야…10년 만 제도 개선 "기술력 따른 적정 혜택받도록"

입력 2024-04-03 10:00 수정 2024-04-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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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기술금융 개선방안 간담회
"기업 기술력에 맞는 혜택 얻도록 개선"

▲기술금융 제도 정비 사항 추진 계획.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기술금융 제도 정비 사항 추진 계획.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앞으로 기술신용 평가사들이 은행·기업 측에 평가등급을 사전 제공하거나 관대한 평가 결과를 암시할 경우 허가 취소 및 영업 정지 조치를 받게 된다. 기술신용평가 시 기업 현지 조사가 의무화되고, 평가 등급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세부 평가 의견도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병·의원이나 철물점 같은 비기술기업에게 암묵적으로 이뤄졌던 기술대출을 원천 차단한다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제도 시행 10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그간 '깜깜이'였던 은행의 기술금융 금리 인하 폭을 밝히도록 했고, 기술금융실적 평가 시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하한 은행에 가점을 부여해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3일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술금융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이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기술금융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기술금융이란, 담보 및 매출은 부족해도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대출한도나 금리에서 우대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제도다. 은행이 대출을 신청한 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은행 자체 평가 혹은 외부 기술신용평가사(TCB)에 의뢰해 결과를 기준으로 대출 여부와 한도 등을 결정한다. 기술평가등급은 T1부터 T10까지 10개로 나뉘고 T6등급 이상 평가를 받으면 기술금융 실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기술금융 체계도.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기술금융 체계도.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금융권에서는 기술금융 도입 후 10년간 양적으로는 성장했으나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근 감사원, 금감원의 기술금융 관련 검사 결과에서 평가자가 기술신용평가 예상결과를 은행에 사전 제공하거나 타인의 자격증을 도용해 기술금융 대상이 아님에도 기술금융으로 평가한 경우가 적발됐고, 금리 및 한도 등 대출 조건에 실질적으로 반영된 대출실적에 한정해 기술평가를 해야 하지만, 우대가 없는 일반대출을 기술금융실적에 포함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기술금융의 질적 성장을 위한 개선에 나섰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기술신용평가서를 제대로 작성하고, 이에 따라 적정한 금리 혜택을 줘 기술금융 제도를 질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우선 기술기업이 기술금융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우대금리를 명시하기로 했다. 은행은 기술등급에 따라 지점장 재량으로 금리를 인하해 주고 있지만, 실제 금리가 얼마나 낮아져 실행됐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은행이 기술등급별 금리인하 폭을 내규에 반영하도록 하고, 대출 실행 후 최초금리와 기술금융 우대금리, 실행금리 등 금리와 대출잔액 정보 등을 신용정보원에 등록한다.

또, 은행의 기술금융실적을 평가하는 '테크평가'에 가점을 줘 은행의 금리 인하, 신용대출 취급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기술등급별로 금리를 더 크게 인하한 은행에 가점을 부여해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고, 기술금융의 신용대출 취급에 대한 가중치를 현행 100점 중 20점에서 상향 조정해 담보위주의 여신 관행을 개선한다. 적절한 상향 조정 수준에 관해서는 신용정보원에서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남동우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전날 열린 백브리핑에서 "기술력으로 기업이 얼마나 혜택을 받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은행이 기술기업에게 더 많은 금리혜택을 주도록 경쟁하는 체계를 (이번 개선을 통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신용평가를 내실화하는 것 역시 당국이 중점을 둔 부분이다. 평가사가 기술평가서를 충실히 작성하도록 신규평가 시 현지조사를 의무화한다. 재평가를 할 때는 이전 평가와 달라진 부분을 작성하는 기업조사표를 활용해야 한다. 또, 기술등급 산정 결과의 근거를 알 수 있도록 세부평가의견도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기로 했다.

은행과 평가사에 대한 패널티도 만든다. 그간 기술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인센티브는 있지만, 패널티가 없어 신용평가의 품질 개선 노력이 더디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신용정보원의 품질심사평가 결과를 반기마다 공시하고, '미흡' 등급을 받은 평가사에게 평가를 의뢰한 은행의 대출실적을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잔액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중대는 금융기관이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중개기능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출이다.

남 과장은 "(금중대 잔액에서 제외하는 것이) 은행에게는 큰 패널티이기 때문에 평가사를 신중하게 고르게 되고 평가사는 자체적인 신용평가의 품질을 높이게 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처벌 근거도 신설한다. 신용정보법에 타인의 자격증을 도용해 허위 평가하거나 평가자에게 특정 평가결과를 강요하는 식의 행위에 대한 규칙을 정비하고, 과태료 등의 제재근거를 마련한다. 행위규칙 중 허위평가 등 중대한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 허가 취소 및 영업정지 등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밖에 은행이 수수료보다는 평가서 품질에 따라 평가 물량을 배정하도록 신용정보원의 품질심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물량 배정기준을 수립하도록 했다. 은행 본점이 지점에 평가사를 임의로 추천하도록 해 지점-평가사 간 유착관계도 방지한다. 또, 은행이 기술 연관성이 없는 생활밀접업종 등 비기술기업에 대한 기술평가를 의뢰하지 못하도록 '기술금융' 대상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사후 평가를 강화한다. 은행 테크평가 시 비기술기업에 대한 평가서 발급 사례가 확인될 경우, 감점 처리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기술금융 제도적 정비사항을 올해 중 완료할 방침이다. 신용정보원의 가이드라인, 매뉴얼 등은 올해 상반기 중 정비 완료하고 전산 관련 사항은 전산 개발 등 고려해 연내 시행한다. 또, 상반기 중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중 국회 통과를 추진할 예정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을 계기로 기술금융이 한 단계 성장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자금애로를 해소해주는 제도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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