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봄비가 내린 3일 오전 국내 최초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1354일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났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에 따르면 푸바오가 ‘새로운 판생’을 시작하기 위해 중국 쓰촨성 워룽 선수핑 기지로 이날 출발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만 4세 이전 중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른 것이다.
오전 10시 40분부터 20분간 진행된 배웅 행사 현장에는 평일 오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6000여 명의 팬들이 함께했다. 푸바오가 새겨진 깃발을 한껏 흔들며 아쉬움을 표현하고 푸바오의 앞날을 응원했다.
에버랜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사전 모집한 고객들의 응원 메시지를 유채꽃 모양의 디자인에 담아 푸바오를 위한 꽃길을 마련했으며, 120만 송이 봄꽃 가득한 포시즌스 가든의 가로 24m, 세로 11m 대형 LED 스크린에 푸바오 사진과 특별 영상을 게시해 팬들과 추억을 공유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40분. 반도체 수송에 이용되는 특수 무진동 차량에 탑승해 판다월드를 출발한 푸바오는 차 안에 있어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대신 푸바오 할부지로 익히 알려진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가 푸바오를 대신해 그동안 보내준 팬들의 사랑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후 푸바오는 11시경 에버랜드를 떠나 인천공항에서 출국 절차를 밟은 후 전세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발했다. 푸바오가 낯선 환경에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에버랜드 출발부터 중국 선수핑 기지 도착까지 모든 과정에 강 사육사가 동행해 세심히 살폈다.
푸바오는 2020년 7월 20일 자이언트 판다 부부인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2012년생) 사이에서 자연 번식으로 국내에서 태어난 최초의 판다다. 푸바오는 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으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푸바오라는 이름 역시 5만 명 넘게 참여한 대국민 이벤트를 통해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
이날 오후 늦게 중국에 도착하는 푸바오는 앞으로 쓰촨성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 워룽 선수핑 기지에서 생활하게 된다. 강 사육사는 중국 판다보전연구센터의 전문가와 함께 전세기에 탑승해 푸바오 이동을 도운 뒤 귀국할 예정이다.
전날 모친상에도 불구하고 푸바오의 배웅길에 동행하는 강 사육사는 푸바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던 푸바오, 제2의 판생을 위해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날이네”라며 “검역을 받는 중에 번식기까지 잘 견뎌낸 네가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 이제 푸바오는 어른 판다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다 해냈구나. 할부지는 대견스럽단다”라고 전했다.
이어 “네가 새로운 터전에 도착할 때까지 할부지가 곁에 있어 줄게. 넌 어느 곳에서나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너는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판다야. 할부지에게 와줘서 고맙고 감사하구나. 푸바오 사랑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