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회장, 구속 기로…SPC ‘유러피언 드림’ 물거품 위기

입력 2024-04-03 18:15 수정 2024-04-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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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檢, 기한 내 구속영장 청구할 듯

미국·동남아 10개국 560개 매장 운영
유럽 진출 등 해외 사업 ‘빨간 불’
구속 땐 이탈리아 진출 좌초 예상

(사진제공=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사진제공=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SPC그룹 총수인 허영인 회장이 구속 기로에 놓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룹 경영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허 회장이 역점을 둔 해외 사업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허 회장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위대한 식품기업)’를 향한 꿈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허 회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SPC가 추진 중인 유럽진출 등 해외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2일 허 회장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법에 따라 검찰은 체포 후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한은 4일 오전이다. 검찰은 시한 내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회장은 올 3월 업무 일정 등을 이유로 검찰의 소환 통보에 세 차례 응하지 않다가, 같은 달 25일 검찰에 출석했다. 하지만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1시간 만에 조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전날도 건강상 이유로 조사에 불출석했다. 이와 관련 SPC는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사정을 소상하게 검찰에 소명했음에도 그와 같은 허 회장의 입장이나 상태를 무시한 검찰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유감”이라며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허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장 SPC가 주력해온 해외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허 회장은 ‘글로벌 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연매출 20조 원, 전 세계 매장 1만2000개를 보유한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SPC그룹은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0개 국에 진출해 56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허 회장이 검찰 체포에 이어 구속영장까지 집행 될 경우 당장 이탈리아 진출에 좌초될 가능성도 커졌다. 허 회장은 이번 체포 영장 발부 직전, 24일 한국을 찾은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 CEO(최고경영자)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Mario Pascucci)를 만나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진출을 논의하기도 했다. 양사는 다음날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하며, 1년여간 협의한 끝에 맺은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파리바게뜨가 예정대로 이탈리아에 진출하게 되면 프랑스, 영국에 이어 유럽 내 3번째 진출국이 된다.

국내 식품기업이 가장 어려워 하는 ‘할랄 시장’ 본격 진출도 차질이 예상된다. SPC그룹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올해 할랄 시장에 1호점을 시작으로 12개국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총수 부재가 현실화된다면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등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의사결정도 올스톱(all stop)할 수밖에 없다. SPC삼립의 경우, 미국 등 현지 제조 시설 설립을 검토 중이고, 파리크라상도 미국에 파리바게뜨 제빵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사법 리스크로 인해 SPC가 힘겹게 닻을 올린 K푸드의 해외 입지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앞서 SPC그룹은 허 회장 일가의 증여세 회피 및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을 비롯해 연이은 근로자 사망·부상 사고로 곤욕을 치러왔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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