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연금개혁, 국민연금만 보지 맙시다

입력 2024-04-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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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공론조사에 의한 연금개혁, 왜곡·허위보도 바로잡기' 연금행동 기자간담회에서 정용건 연금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공론조사에 의한 연금개혁, 왜곡·허위보도 바로잡기' 연금행동 기자간담회에서 정용건 연금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연금개혁 논의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조정에 매몰된 모습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의제숙의단 워크숍을 거쳐 연금개혁안을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 안(1안)과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2% 안(2안)으로 압축했다. 1안과 2안 모두 장기적 재정안정에 관한 고려 없이 기금 소진연도만 7~8년 늦추는 소극적인 개혁안이다. 이에 연금연구회는 이달 기자회견을 열어 보험료율 15% 안을 포함해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연금연구회는 재정안정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재정안정 관점에선 공론화위원회에서 배제된 보험료율 15% 안이 더 타당하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함께 올리면 수입 증가 효과로 기금 소진이 늦춰지나, 소진 이후에는 소득대체율 상향 효과로 지출이 급증해 필요 보험료율(부과방식 비용률)이 큰 폭으로 오른다. 보험료율 12% 안은 기금 소진을 늦추면서 필요 보험료율도 낮추나 그 효과가 크지 않다. 반면,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면 기금 소진을 늦추는 데 더해 소진 후 필요 보험료율도 큰 폭으로 낮춘다.

다만, 연금연구회 안은 수용성이 극단적으로 떨어진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6%포인트(P) 올린다면, 직장가입자는 인상 폭의 절반인 3%P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추가 납부하는 보험료는 소득의 3%지만, 잉여소득(소득흑자) 대비로는 5~10%에 이른다. 자영업자 등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지역가입자라면 부담이 2배로 는다. 1~2년마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표 떨어질 게 빤한 안을 정치권이 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근본적으로는 공론화위원회 안과 연금연구회 안 모두 국민연금제도 안에 매몰됐다는 한계를 지닌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보험료율만 조정하는 식으로 개혁안(모수개혁)을 마련하면 선택지가 좁아진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함께 올리거나, 보험료율만 소폭 올리거나, 보험료율만 대폭 올려야 하는데, 앞의 두 방안은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되고, 마지막 방안은 수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개혁다운 개혁’은 어렵다.

국민연금제도 밖으로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보험료율을 3%P 인상하고 부족분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재정 투입과 기금운용 수익률 1.5%P 제고로 충당하는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과대학 교수의 ‘3115’ 개혁안, 국민연금 최저보증연금 도입을 조건으로 기초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매년 1세씩 미루고 기초연금 지출 절감분을 국민연금에 투입하는 방식 등이 대안적 개혁안의 예시다. 소득대체율은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통한 가입기간 연장, 노인 일자리 내실화를 통한 근로소득 창출 등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는 게 적절하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애초 연금개혁의 목표는 연금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조정은 연금개혁의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수단에 매몰되면 목표가 퇴색한다. 다시 목표를 보자. 그러면 더 많은 선택지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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