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비싼 이유 있었네…31개 업체 빌트인 가구 10년간 '짬짜미'

입력 2024-04-07 12:26 수정 2024-04-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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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제비뽑기'로 들러리 선정, 매출액만 약 2조 원…공정위, 과징금 931억 원 부과

▲주사위 굴리기와 제비뽑기를 통해 만든 낙찰 순번표.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주사위 굴리기와 제비뽑기를 통해 만든 낙찰 순번표.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아파트 분양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 입찰에서 10년간 짬짜미를 벌여 온 31개 가구 제조·판매 업체들이 적발됐다. 관련 매출액만 2조 원에 달하고, 이에 93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리바트, 한샘, 에넥스 등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31억 원(잠정) 부과를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의 특판가구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입찰 가격을 합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판가구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대단위 공동주택의 건축사업에서 건설사 및 시행사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빌트인 가구다. 크게 싱크대, 상부장, 하부장, 냉장고장, 아일랜드장 등 주방가구와 붙박이장, 거실장, 신발장 등 일반가구로 분류된다.

특판가구 입찰은 대부분 최저가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건설사들은 협력업체 풀을 정해놓는 경우가 많아 건설사별로 입찰참여업체들이 달라진다. 때문에 가구업체들은 대부분 건설사별로 영업 담당자를 지정해놓고 입찰에 참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건설경기가 2011년 이후 활성화하자 경쟁이 심해졌고, 이에 업체들은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별 영업담당자들은 입찰에 참여하기 전 모임 또는 유선 연락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 들러리 참여자,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낙찰예정자와 순번 등은 주사위 굴리기, 제비뽑기, 선영업 업체 우대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담함 과정에서 가구업체들이 주고 받은 메시지와 메일.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입찰 담함 과정에서 가구업체들이 주고 받은 메시지와 메일.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낙찰예정자가 들러리사에 견적서를 전달하면 들러리사는 금액을 높여 견적을 냈고,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낙찰과 함께 들러리사는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하기도 했다.

10년간 이어져 온 담합의 입찰 계약금액은 모두 1조9457억 원에 달했고, 이는 아파트 분양 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이에 공정위는 한샘 211억5000만 원, 현대리바트 191억2200만 원, 에넥스 173억9600만 원 등 31개 업체에 931억20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아울러 검찰의 고발 요청에 따라 지난해 8개 가구업체와 12명의 전·현직 임원은 형사 재판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지속된 특판가구 입찰담합을 제재한 사례로 가구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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