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달 둥근 게 손가락 탓”이냐는 항변, 일리 있다

입력 2024-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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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후보가 연루된 ‘작업대출’ 의혹이 일파만파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전국 1200여 개 금고를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어제 나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위법 혐의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양 후보 자녀에게 대출한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의 전체 주택담보 개인사업자 대출 53건 중 40건가량의 용도 외 유용도 확인됐다고 한다.

작업대출은 금융 신뢰를 파괴하는 반칙이다. 통상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개인 차주를 사업자(자영업자)로 둔갑시켜 주담대를 받게 하거나, 대출모집인이 무직자나 신용불량자에게 접근해 서류 조작을 통해 대출을 일으키기도 한다. 양 후보 자녀처럼 증빙서류를 허위로 꾸며냈다간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

주담대를 욕망의 하수구로 변질시킨 주역은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를 피할 우회로로 사업자 대출이란 통로를 찾아낸 전문 브로커들이다. 자영업자들은 대개 부동산 담보 말고는 운영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기에 아파트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LTV 규제를 받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안배다. 하지만 브로커들이 이 안배를 제도상의 허점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사업자 주담대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광고가 넘쳐난다. 작업대출은 오늘도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 지도층마저 불법 통로를 이용하고 “나 때문에 피해 본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외려 눈을 부릅뜨는 현실이다.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대다수 서민은 평생 땀 흘려 일해도 집 한 칸 장만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짬짜미’를 통해 거액을 대출받아 집을 사고 부동산 폭등기에 치부를 한다. 금융기관은 서류에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불공정이 어디 있나.

작업대출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더불어 사회적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5개 대형 저축은행이 서류조작 등을 통해 2022년 1조2000억 원을 부당 취급했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돼 지난해 무더기 중징계를 받은 일도 있다. 금융감독원 등의 상시 감시를 받는 저축은행이 이렇다면 감시망 밖에 있던 새마을금고는 어떻겠나. 작업대출은 한편으론 부당한 ‘특혜’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경영부실을 부르게 마련이다. 자본구조가 취약한 개별 금고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차제에 LTV 무력화 수단으로 작업대출이 얼마나 성행하는지 명확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양 후보 의혹 파문과 관련해 “보름달이 둥근 것이 가리키는 손가락 때문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민주당이 ‘관권 선거’라며 금감원을 공격하자 “금감원 검사 역량으로 딱 2~3일 정도면 충분히 (불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라며 반격을 가한 것이다. 원내 다수당과 금감원이 선거 국면에 공방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할 순 없지만 이 원장의 항변은 일리가 있다. 보름달이 둥근 것은 손가락 탓이 아니다. 민주당은 견지망월(見指忘月)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달을 봐야 할 국면에 손가락만 봐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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