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플레 고착화’ 우려 커지는 美

입력 2024-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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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

미국 노동부가 지난 5일 발표한 3월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고용건수는 예상치를 크게 웃돈 30만 건에 달했고, 실업률도 소폭 떨어졌다. 애초 3월 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기존에 예고했던 연내 3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도 그대로 유지했다.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 외로 높게 발표되었기에,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바뀔 것이라는 시장 예상이 있었지만, 연준 파월 의장은 단기간의 인플레이션 지표 반등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하며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고착화 혹은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임금 등 서비스물가 항목이 발목 잡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6월 9.1%로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빠르게 안정되었고, 2023년 6월 3.0%까지 하락했다. 거의 2개월에 1%씩 하락한 셈인데, 그 추세를 이어간다면 2023년 4분기에는 연준이 목표로 하는 2% 진입이 가능할 것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이후 소비자물가지수는 반등과 소폭 하락을 반복하면서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3%대에 머물러있다. 2% 물가목표까지 마지막 1마일이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다.

단순히 인플레이션 수치가 더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접근할 때 연준은 상품, 주거, 서비스 물가의 세 가지를 나누어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높아졌던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상품 물가는 안정되었고, 2023년 1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은 상품 물가 쪽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발언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주거비 물가는 여전히 높지만 시차를 두고 서서히 안정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끈적끈적하기 때문에 이를 잡아내리는 것이 관건임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2023년 1월 이후 1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의 주거비 물가는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미국의 주택 가격의 상승세를 만들어내면서, 주거비 부담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택 시장이 계속해서 열기를 이어간다면 주거비 물가의 안정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큰 이슈는 서비스 물가인데, 서비스 물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임금이 차지한다. 임금은 노동의 가격이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이 된다. 지난 해보다는 일정 수준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노동 시장은 뜨겁다. 노동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임금 상승률이 쉽게 약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서비스 물가의 안정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임금 상승과 최근 나타난 자산 가격의 급등에 힘입어 미국 가계 소비는 여전히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강한 소비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짐을 의미하며, 이런 강한 소비하에서는 물가의 빠른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연준의 물가관리 능력 시험대 올라

쉽게 낮아지지 않는 물가 레벨과 항목별로 분류해보았을 때 끈적해보이는 서비스 물가 항목을 통해 인플레이션 해결의 마지막 1마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 결국에는 시간의 문제일 뿐 물가는 2%로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이 여전히 강하다. 꽤 긴 시간을 두고 2%로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는 유효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졌을 때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 감기를 앓고 있는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환자가 기침 감기를 3년간 앓고 있다면 어떨까? 충분히 고질병, 즉 감기의 고착화를 의심해볼 수 있다. 그리고 고질병은 쉽사리 치료가 되지 않고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선 것은 2021년 3월이었다. 정확하게 3년 전인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지 못한 채 인플레이션이라는 감기를 앓고 있다. 너무 긴 기간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게 된다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강화되며 고착화될 수 있다. 우리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여전히 방심하면 안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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