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는 지나치게 자극적?…"재현 윤리·문화적 다양성 추구해야"

입력 2024-04-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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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요인 1위 '자극적'·'선정적'
'경쟁 사회'·'학교 폭력' 묘사하는 K콘텐츠…부정적 이미지↑
'무해함' 찾는 대중들…"한국 콘텐츠의 공장식 문화 경계"

▲왼쪽부터 '더 글로리', '오징어 게임', '기생충' 포스터
▲왼쪽부터 '더 글로리', '오징어 게임', '기생충' 포스터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지나치게 자극적·획일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제나 소재적인 측면에서 K콘텐츠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요인으로 '지나치게 자극적ㆍ선정적'이 24.9%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획일적이고 식상',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요인이 각각 22%, 21.1%를 차지했다.

한국 문화콘텐츠가 마음에 든다고 답변한 비율(호감도)은 68.8%로 지난해(72.5%)보다 3.7%포인트(p) 하락했다.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별로 호감도가 작년보다 3.3~0.6%p 하락한 가운데, 뷰티만 2.1%p 상승했다.

가장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는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선정됐다. 이어 '더 글로리', '부산행',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발레리나', '길복순', '범죄도시2' 등이 순위권에 올랐다.

해외에서 주목받는 K콘텐츠의 목록을 살펴보면, 주로 '경쟁 사회', '빈부 격차', '학교 폭력', '범죄'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거나 불합리성을 풍자하는 콘텐츠들이 많다.

자극적ㆍ상업적 콘텐츠 벗어나 '무해한' 콘텐츠 찾는 사람들

브라질의 영화평론가 일레인 게리니는 책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에서 "한국의 영상 콘텐츠들은 잔혹한 세련미가 가미된 복수 서사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라며 "적어도 한국식 복수 레퍼토리를 사랑하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억울한 개인들이 얼마나 정의를 갈망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처럼 '한국식 복수 레퍼토리'가 해외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극적인 이미지들이 무분별하게 나열된다는 점은 한계로 작용한다. 특히 학교 폭력을 다룬 '더 글로리'는 피해 학생이 폭행당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국내에서도 논쟁이 된 바 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문체부 조사 결과는 해외 한류 실태조사 수치이지만, 국내 소비자들 또한 해외 소비자와 다름없이 비슷한 항목에서 같은 피로도를 느끼고 있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중국으로 반환된 판다 '푸바오'에 한국인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해함' 때문이었다"라며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문화 분야에서 '레트로'가 유행한 이유도 현재의 자극적 콘텐츠에서 벗어나 과거 콘텐츠에서 순수함과 무해함을 찾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콘텐츠 곳곳에 자리 잡은 '상업적'이라는 이미지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콘텐츠를 공장식 문화로 치부하고 문화의 개성과 고유성을 희석하는 큰 저해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부정적 요인이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며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하더라도 재현의 윤리를 준수해야 하며,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문화적 다양성을 꾀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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