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대륙의 실수? 이제 ‘실력’이다

입력 2024-04-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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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배터리, 로봇청소기, 스마트폰을 만들던 샤오미가 전기차를 내놨다. 2021년 3월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불과 3년 만이다. 샤오미는 한때 애플의 ‘카피캣’이라고 조롱받던 업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모방한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랬던 샤오미가 애플이 프로젝트 10년 만에 포기한 전기차를 보란 듯 내놓으며 전기차 시장에 격변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샤오미가 내놓은 전기차가 값싼 보급형 제품이 아니란 것이다. 샤오미의 첫 전기 세단 ‘SU7’은 프리미엄 중형 세단을 표방한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700㎞로 테슬라의 모델3(600㎞)을 뛰어넘는다. 고성능 맥스 트림의 경우 제로백(시속 100㎞까지 도달 속도)이 포르쉐 타이칸 터보(2.93초)보다 빠른 2.78초다. 프리미엄 세단임에도 가격은 기본 트림 기준 약 4012만 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공세에 나선 중국 전기차 업체는 샤오미뿐만 아니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판매량 1위에 오른 비야디(BYD)는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BYD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멕시코와 브라질, 헝가리 등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며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글로벌 전기차 업계는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해외 진출을 두고 “무역 장벽이 확립되지 않으면 세계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을 거의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이고 나섰다. 그러나 유럽교통환경연맹(T&E)에서는 올해 EU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25%가 중국산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 학과의 교수는 “그동안 중국 전기차를 우습게 보던 업체들이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중국산 제품의 성능이 좋을 때 우리는 이를 ‘대륙의 실수’라고 부르곤 했다. 싸구려 취급하던 중국 제품이 우연히 좋은 성능을 가졌다고 비아냥거린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저렴할 뿐만 아니라 하이엔드 수준의 품질까지 갖춘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제는 ‘대륙의 실력’을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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