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호’ 종투사 탄생 초읽기… 몸집 커졌지만 질적 성과는 과제 [갈 길 먼 종투사 10년]①

입력 2024-04-14 13:49 수정 2024-04-1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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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자기자본 148% 증가 불구…단기수익 매몰…글로벌 경쟁력 미미

▲종투사 지정현황 (금융위원회)
▲종투사 지정현황 (금융위원회)
한국 자본시장이 열 번째 ‘스몰 한국판 골드만삭스’(종합투자회사)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투자은행(IB)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초대형 IB’ ‘메가뱅크’ 육성 구호가 나온 지 오래지만, 한국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골목대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상반기 중 종합투자회사(종투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3월 말 상환전환우선주(RCPS) 437만2618주를 발행, 운영자금 2300억 원을 조달하면서 종투사 자금 요건(자기자본 3조 원)은 갖췄다.

대신증권은 본사 사옥 매각도 추진 중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NH아문디자산운용 등에 투자설명서를 전달하고 본격적인 재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초대형 IB에 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IB 인가 기준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이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올해 내부 신년사를 통해 “그룹의 올해 전략목표는 증권의 자기자본 4조 원 달성과 초대형 IB로 진출”이라 강조한 바 있다. 초대형 IB를 향한 도전은 양홍석 대신파이낸셜그룹 부회장과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가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교보증권도 자기자본을 확충하며 종투사 진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교보증권이 3연임에 대한 부담에도 박봉권 대표를 다시 자리에 앉힌 것도 종투사 진입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올해 종투사 도전을 목표로 △스케일 업 △리스트럭처링 △뉴 비즈니스 등 3대 전략 방안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8773억 원이다. 종투사 기준까지 아직 1조원 가량이 부족하다. 증권업계에서는 교보증권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는 새 종투사의 ‘메기효과’를 기대한다. 현재 종투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9곳이다.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맞붙기 위해선 몸집을 불리는 게 급선무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금융업의 대형화는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9개 종투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2012년 말 22조1000억 원에서 2022년 말 54조8000억 원으로 148% 증가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들의 최근 10년간 자기자본증가율 0~50% 내외보다는 높지만, 덩치를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 10년간 순영업수익 증가율이 650%에 달했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존재감도 미미하다. 주식발행(ECM)·채권발행(DCM), 인수·합병(M&A) 부문 순위는 아시아에서도 20~70위 권이다. 기업여신 중 상당수는 특수목적법인(SPC)과 부동산 관련 자산이다. 혁신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규모도 매우 작은 것으로 관찰되는 등 모험자본 공급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종투사 수익의 70~80%는 위탁·자기매매에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종투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사업 등 단기에 고수익을 기대하는 고위험 사업에 집중하면서 질적 성과는 미흡하다”며 “2013년 종투사 제도 도입 당시 목표로 했던 사업 차별화, 기업금융 서비스 확대, 모험자본 공급, 글로벌화 등 측면에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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