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온난화의 역설 ‘짧아지는 하루’

입력 2024-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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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은 며칠로 이루어져 있을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혹시 난센스 퀴즈인가?’라고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365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1년=365일’이라는 수식은 천문학의 관점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지구 공전주기는 365.24일이기 때문이다. 4년에 한 번꼴(엄밀히 말하면 400년에 97번)로 ‘1년=366일’인 윤년(閏年)을 두는 이유다. 바로 올해가 그런 경우로 2월 28일 뒤에 윤일(閏日)인 29일이 있다.

과학 발달로 윤달·윤일에 ‘윤초’ 더해져

음력을 쓰는 지역에서는 또 다른 윤년이 있다. 바로 윤달이 들어있는 해다. 달의 공전주기는 29.53일로 열두 달이 354.36일이다. 따라서 지구 공전 기준 1년인 365.24일보다 10.88일이 적으므로 이를 보정해야 한다. 대략 19년에 7번, 즉 2~3년에 한 번 빈도로 윤달을 넣어 맞춘다. 최근 윤달은 지난해 3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 윤이월이었고 다음 윤달은 내년 7월 25일부터 8월 22일까지 윤유월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또 다른 윤년이 있다. 윤초(閏秒)를 반영하는 해로, 윤일이나 윤달이 수천 년 전부터 쓰여왔던 것과는 달리 1972년 처음 적용했으니 현대 과학의 산물이다. 그런데 윤초란 무엇일까.

하루의 기간을 천문학 관점에서 정의하면 지구가 자전으로 360도를 돌았을 때 걸리는 시간이다. 이는 단위에 따라 24시간 또는 1440분 또는 8만6400초다. 따라서 1초는 하루 시간의 8만6400분의 1로 정의할 수 있다. 바로 1874년 과학자들이 내린 정의다.

그런데 그 뒤 지구 자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달의 인력으로 바다가 끌리며 해저와 마찰이 생겨 자전 속도를 조금씩 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14억 년 전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당시 지구의 하루는 19시간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00년 전 일식 관측 기록 역시 지금 계산과 4시간 차이가 나는데, 그때 하루가 지금보다 수십 밀리초 짧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대략 100년에 1.4~1.7밀리초꼴로 하루가 길어졌다. 따라서 시간을 절대적인 값으로 다시 정의할 필요가 생겼고 이렇게 해서 1960년대 원자시계가 제안됐다. 즉 세슘 원자가 방출하는 방사선의 91억9263만1770주기가 1초다. 이는 약 200년 전 하루의 8만6400분의 1에 해당한다.

원자시계의 초를 채택하면서 지구 자전에 기반한 하루가 8만6400초보다 2~3밀리초 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초를 적용하기로 했다. 즉 여분의 시간이 쌓여 1초에 가까워지면 6월 30일 23시 59분 59초 또는 12월 31일 59분 59초 뒤에 다시 59초가 된다(1초 추가). 1972년 처음 윤초가 적용된 이래 지금까지 27번 윤초가 적용됐다. 52년 가운데 26년(1972년은 두 차례)이 윤초가 있었던 윤년인 셈이다.

그런데 주기적인 윤달과는 달리 윤초는 격년으로 오는 게 아니다. 처음 도입됐을 때는 거의 매년 적용됐지만 2000년대 들어 빈도가 뚝 떨어져 5차례에 불과하다. 지구 자전 속도가 다시 빨라졌기 때문이다. 지구 내부를 이루는 핵의 점도가 약간 높아지면서 바깥쪽 맨틀에 미치는 마찰력이 줄어들며 가속 효과가 생긴 결과다. 이는 예측할 수 없는 일시적 현상으로 장기적으로는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1968년 원자시계 초를 채택한 이래 하루에 초과하는 2~3밀리초를 보정하기 위해 1972년부터 윤초(leap second)를 도입해 지금까지 27번 적용했다. 그런데 지구 내부 핵의 물리 특성이 미묘하게 바뀌며 지구 자전을 빠르게 하는 효과가 생겨 2026년에는 처음으로 음의 윤초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파란 선)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 자전을 늦추는 효과가 생기면서 이 시기가 2029년으로 약간 늦춰질 전망이다(빨간 선). 제공: 네이처
▲1968년 원자시계 초를 채택한 이래 하루에 초과하는 2~3밀리초를 보정하기 위해 1972년부터 윤초(leap second)를 도입해 지금까지 27번 적용했다. 그런데 지구 내부 핵의 물리 특성이 미묘하게 바뀌며 지구 자전을 빠르게 하는 효과가 생겨 2026년에는 처음으로 음의 윤초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파란 선)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 자전을 늦추는 효과가 생기면서 이 시기가 2029년으로 약간 늦춰질 전망이다(빨간 선). 제공: 네이처
빙하 녹아 해수면↑…지구 자전속도 늦춰

아무튼 이 결과 202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하루가 8만6400초보다 짧아져 2026년에는 1초를 빼야 하는, 즉 23시 59분 58초 뒤에 다음날 00시 00분 00초로 바꾸는 ‘음의 윤초’를 적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오늘날 컴퓨터 프로그램 대다수는 음의 윤초를 상정하지 않아, 적용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는 음의 윤초를 도입할 시기가 2029년으로 예상보다 3년 늦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자전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지만, 덕분에 음의 윤초에 대비할 시간을 좀 벌었으니 약간의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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