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고위, 이달 저출산 대책 발표…협의 과정 '진통'

입력 2024-04-16 15:19 수정 2024-04-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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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안에 자료 만들어오라니…이렇게 쥐어짜면 뭐가 나오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저출산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부 부처들과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다. 관계부처들에서는 자료 제출이나 의견 조율 등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곧 발표될 저출산 대책이 자칫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6일 저고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저출산 예산 구조조정안을 포함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애초 저고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 수정안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두 차례 부위원장이 교체되며 수정안 작업이 중단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수정안 마련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산안 반영 등을 고려하면 기본계획 수정안이라고 해봐야 2025년 시행계획에 불과해서다. 이에 저고위는 이달 저출산 예산 구조조정안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고, 내년에 예정대로 제5차 저출산·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계부처들에서는 "저고위의 업무방식이 일방통행식"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관계부처 관계자는 “저고위에서 갑자기 연락해 하루 이틀 시간을 주고 회의 안건자료를 만들어서 제출하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도 “이렇게 쥐어짜면 뭐라도 나올 거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독촉한다고 대책이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이렇게 만들어진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 관계부처 고위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저고위에서 자문단을 구성했는데, 관계부처에서 추천을 받거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없었다”며 “부처들에 대책이나 자료를 요구하면서 정작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의견조차 묻지 않는다. 그러면서 회의하겠다고 차관들을 소집하니 대부분 부처에서 실장급이 대참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동안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최근 기재부 출신 고위 간부들이 왔는데, 기재부는 지금도 돈 드는 대책을 만드는 데 난색이다. 기재부 출신 간부들의 장점으로 꼽히는 추진력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2006년부터 4차에 걸쳐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운영해왔다. 투입된 저출산 대응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6년 약 2조 1000억 원이었던 저출산 예산은 2012년 약 11조 1000억 원, 2016년 약 21조 4000억 원, 2021년 약 46조 7000억 원, 2022년 약 51조 7000억 원 등으로 점차 증가했다. 2023년까지 18년 동안 투입된 금액은 300조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숫자만 놓고 보면 더 많은 예산을 사용 할수록 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악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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