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불확실성…안전띠 매야

입력 2024-04-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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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어제 장중 1400원을 터치했다. 2022년 11월 7일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외환당국 구두개입으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마감했지만 향후 장세는 예단할 수 없다. 달러의 과도한 강세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부를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주식시장도 심상치 않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0.80포인트(2.28%) 내린 2609.63에 거래 마감됐다. 경제 주체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시장을 난폭하게 흔들고 있다. 경계가 필요한 것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과 같은 국제 지정학적 변수만이 아니다. 국제금융 부문에서부터 적색 비상등이 켜졌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난기류가 몰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길이 없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경고음이 날로 커지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에 금리를 6.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경고성 시나리오가 나왔다. UBS의 새 시나리오가 이렇다. UBS는 앞서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폭을 2.75%포인트(p)로 제시했던 글로벌 투자은행이다. 그 이후 시나리오는 크게 두 번 바뀌었다. 첫 번째는 인하 폭을 0.5%p로 확 줄인 수정 전망이다. 이번은 두 번째다. 아예 인상 쪽에 베팅했다. 충격파가 없을 수 없다.

UBS의 ‘노 랜딩’(추가 금리 상승) 예측은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를 토대로 한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한 7096억 달러를 기록했다. 기존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달 비농업 일자리는 12개월 월평균 증가 폭을 훌쩍 뛰어넘은 30만3000건 증가했다. 연준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5.50%로 동결하다 근래 들어 인하 시기를 엿봤다. 한때 ‘연내 3번 인하’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이렇듯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 금리 인하의 명분은 없어진다.

최근 연준 안팎의 고위급들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을 시사하는 등 분위기도 달라졌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하면 금리 인하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고 했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한술 더 떴다. 그는 지정학적 위험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몇 년 내에 미국 금리가 8%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미국과는 경제 체급이 다르다. 지금도 역대 최대치인 한미 간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전에 없이 위험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옛말에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정확한 현실 진단과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사상 최대인 가계·기업 부채는 줄어들 기미가 없고, 연체율마저 급등하고 있다. 물가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런 국면에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것은 금물이다. 경제 전반을 투명하게 재점검하고 비상대응 전략을 마련할 일이다. 안전띠도 단단히 매야 한다. 정부도, 기업도, 가계도 불확실성의 난기류에 맞서야 할 비상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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