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 한투운용 전무 “실질금리 하락기, 연금투자도 위험자산 없이 수익률 없다”

입력 2024-04-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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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투자의 첫번째 미션은 인플레이션 비트”
“해외주식·국내채권…해외채권 환헤지, 실질수익률↓”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전무가 이달 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전무가 이달 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누구나 여유로운 노후를 누리고 싶어 한다. 이런 노후 대비 수요는 연일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에 업계는 투자자 입맛에 맞도록 다양한 연금자산 상품을 쏟아내는 중이다. 2022년 말 336조 원을 기록한 퇴직연금 시장이 지난해 말 382조 원으로 불어난 배경이다.

투자자가 미래 소비를 위해 현재의 씀씀이를 포기하기로 했다면, 다음 단계는 오늘 투자한 자금에 훗날 얼마만큼 가치가 매겨질지 예측하는 것이다. 문제는 연금자산 마련을 위해 기간을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할 때 이 작업이 더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이런 연금시장의 현주소 속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장기투자 사업을 총괄하는 박희운 솔루션본부 전무는 나름의 답을 찾았다. 박희운 전무는 이달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투자 상품을 선별할 때 리스크 자산 편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투자 시 리스크 자산을 안고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박 전무는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실질금리 하락 국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실질금리가 점점 내리고 있다”며 “채권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비트(beat)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리스크 자산을 편입하지 않으면 노년이 됐을 때 원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질금리란 중앙은행이 결정한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를 의미한다.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구체적 금리 인하 시점을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정 수준 금리 차를 둬온 한국 금리도 인하 시점이 밀리는 상황이다.

박 전무는 “한국이 고성장할 때는 이자 소득이 인플레이션을 이겼기 때문에 원금 보장형 상품과 같은 안전자산을 보유해도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며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미래 구매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성장 시대 투자의 첫 번째 미션은 인플레이션 비트”라며 “노미널(nominal) 숫자만 보면 안 되고 실질 수익률을 봐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박 전무의 문제의식은 한투운용 타깃데이트펀드(TDF)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 상품인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는 국내 주식에 대해 홈바이어스(home bias)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채권을 홈바이어스 한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 상승세가 국내 증시에 비해 더 좋기 때문이다. 주식은 해외를, 채권은 국내를 취하는 미스 매칭(mismatching) 자산 배분 전략이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전무가 이달 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전무가 이달 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박 전무는 오랜 연구 끝에 장기투자에서의 ‘리스크(risk) 대비 리턴(return)’ 숙제도 일단락 지었다.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을 7년간 개발해 상품에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LTCMA는 자산의 장기 기대 수익률과 장기 변동성, 자산간 연관성 등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박 전무는 운용 자산을 분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자체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봤다. 해외 운용사가 만든 CMA는 달러를 기준으로 해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주식은 환노출 해외 주식 투자가, 채권은 국내 채권 투자가 유리하다는 결론도 원화를 기준으로 한 LTCMA를 통해 얻었다.

박 전무는 “미국 국채가 아무리 국내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환율이 채권 수익률을 위아래로 마구 흔들어버린다”며 “미국과 한국간 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헤지 비용도 커지며, 이는 실질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박 전무와 한투운용의 전략은 순항 중이다. 17일 기준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시리즈 1년 수익률은 19.58%로, 국내 전체 TDF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안정적 위험관리 능력 척도로 여겨지는 샤프지수도 2.29로 가장 높다. 박 전무는 상품의 경쟁력을 발판 삼아 디폴트옵션 선정을 늘리는 것이 올해 한투운용 솔루션본부의 최우선 목표라고 소개했다.

박 전무는 노후 대비에 관심 있을 투자자들을 향해 장기투자를 비롯한 투자 전반에서 중요한 전략은 ‘인내’라는 당부도 전했다. 또 노후 준비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공적 연금 고갈은 빨라지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노후를 위한 투자에 나설 것을 권했다.

박 전무는 “좋은 투자란 잘 참는 것이며, 투자의 달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도 ‘잘 참는 투자자’라 할 수 있다”며 “사람은 기본적으로 플러스(+)를 기다리는 것보다 마이너스(-)를 두고보는 일을 더 못 참고는 하지만, 미래 소비를 위해 인내하는 투자를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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