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국적법·신분노출 우려...출생미등록 이유도 다양 [있지만 없는 무국적 유령아동③]

입력 2024-04-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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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4-17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58개국, 국내 대사관 없어 외국인 부모 아이 출생신고 못해
불법체류 신분노출 우려에 거부도…아동 발달 지연 다반사
5월 UN서도 논의…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 갖춰야

앞서 소개된 ‘영민이 사건([단독] 출생신고 않고 사라진 부모…영민이는 유령이 됐다)’에서 외국인인 친모는 조현병 환자다. 현실을 판단하는 능력이 저하된 상태로 영민이의 존재를 부정하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합법적 체류 기간이 끝나 불법체류 상태인 외국인 부모가 출생신고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이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이밖에도 종교나 까다로운 본국 국적법 등의 이유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상당하다.

17일 국회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한국에서 체류 중인 외국인 부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1. 외국인 여성 A 씨는 국내에서 아이를 낳은 뒤 출생신고를 위해 대사관을 찾았으나 대사관은 “본국으로 돌아가서 등록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A 씨는 대행기관을 통해 출생신고 방법을 찾았으나, 출생신고서에 쓰인 A 씨의 영문명과 여권 영문명이 달라 출생신고가 어려웠다. 다른 방법을 찾던 중 A 씨는 아이를 외조모에게 맡기고 사라졌다. 외조모는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했기 때문에 본국에 입국해 출생등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이를 양육하며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외국인 등록증과 여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여행증명서를 재발급 받고 ‘무국적’ 외국인 등록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집에 등록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아이를 출산한 외국인 부모는 본국 대사관을 방문해 직접 출생등록을 해야 한다. 문제는 각 나라 국적법이 서로 다르고 까다롭거나 제한이 많은 곳은 출생등록이 어렵다는 점이다. 네팔 등 일부 국가는 국적국에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출생등록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내에 대사관이 없는 국가도 58개국에 이른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은 출생등록을 기한 내에 할 수 없는 사정을 소명하면 제한적으로 체류를 허가하지만, 그 방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 외국인 여성 B 씨는 한국인 남성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B 씨는 아이에게 자신의 국적을 부여하려 시도했으나, 그의 국적국은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국민에게는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 나라에서 아이에게 여권을 발급해주지 않아서 B 씨와 아이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는데, 한국인 친부도 ‘태아인지’를 거부해 출생등록에 어려움이 따랐다. 긴 설득 끝에 ‘임의인지’를 도와주며 아이에게 어렵게 대한민국 국적을 줄 수 있었다. B 씨는 아이를 한국에서 키우려했으나 외국인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전무해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친부가 협조하지 않거나 잠적할 경우 외국인 미혼모가 홀로 자녀를 등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사례에서 만약 친부의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없다면 이 아이는 무국적자로 살 수밖에 없다. 친부가 협조를 거부하거나 잠적하면 외국인 미혼모가 단독으로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자녀를 외국인 등록하는 것도 어렵다.

위 사례들처럼 불가피한 이유로 외국인 부모가 아동에 대한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아동은 사회성을 갖춰 나가야할 시기에 어린이집에 진학이 어려워 발달 지연 장애를 겪는 일도 다반사다. 그간 사회보장체계에서 소외되고 교육을 받을 기회와 기본적인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국회에는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제정)’이 발의돼 있다. 외국인의 자녀 모두를 출생등록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들에게 ‘법적 신분’을 부여하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인정하는 출발점”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생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법제화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소속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인 김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유엔(UN)의 많은 위원회에서 그간 외국인 아동 출생 등록 권고를 해온 바 있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한국 심의에서도 5월에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도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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