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Law] ‘지식산업센터’ 탈을 쓴 공장들…‘분양자 기만’ 계약에 줄소송

입력 2024-04-17 15:51 수정 2024-04-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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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산업센터가 침몰하며 투자자들 상당수가 빚더미에 오르고 있다. 관련 소송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중이다. 최근 들어 소제기가 빈번해지면서 계약 해제 등 기본적인 민사 법리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기존 부동산 투자와 달리 지식산업센터에는 이른바 ‘초치기’ 등 계약과정의 문제, 사업자등록이나 대출비율과 관련된 기망의 문제, 다단계 조직을 동원한 유사수신의 문제 등 복합적인 쟁점이 얽혀있다. 김숙정 법무법인 LKB & Patners 변호사와 함께 지식산업센터 문제의 현황과 대응 방안 등을 살펴보자.

▲한 지식산업센터 투시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한 지식산업센터 투시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부동산 소액 투자자를 끌어들였던 지식산업센터 투자 시장에 사고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필요한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물량이 공급되고 있는데 하필 부동산 규제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탓에 그간 쌓였던 문제가 터진 것이다.

17일 법조계에서는 지식산업센터 건설과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아파트형 공장’에서 ‘지식산업센터’로 이름이 바뀌며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이 일부 추가됐지만 기존의 ‘공장’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숙정 법무법인 LKB & Patners 변호사는 “명칭이 ‘공장’에서 ‘지식산업센터’로 바뀌면서 악취, 소음 등 문제만 없으면 업종 제한 없이 입주할 수 있고 자유롭게 전매나 임대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돼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그 실상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자 압박, 공실 지옥, 마피…. 혼란의 지식산업센터

입주가 시작되면 수분양자들은 ‘대출이자’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에서 중도금은 집단대출상품으로 해결하는데 그 대출이자는 사업주체가 대납한다. 그러나 입주지정기간이 시작되면 대출이자는 계약자 본인의 몫이 된다.

“등기를 치기 전에 무조건 팔아 전매차익을 보장하겠다”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모른 체한다. 고금리에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공실은 속출하고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속출하고 있다.

공실을 찾는 사람이 없으니 계약자들은 임대도 전매도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고, 결국 높은 대출이자에서 벗어나려 계약을 파기하는 민사소송이 최근 줄을 잇는다고 한다.

“‘증거부족’ 수분양자들, 승소 쉽지 않아”

요즘 계약을 파기하기 위한 민사소송에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불공정한 법률행위, 통정허위표시 등 온갖 법리가 제기되고 있다. 어려운 사정에서 어떻게든 민사 법리에 적용하려다 보니 간혹 무리하고 엉뚱한 주장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수분양자들이 패소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증거부족”이라며 “수분양자들은 분양대행사 소속 상담직원이나 친분이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만 믿고 서류에 서명만 하고 넘겨주다 보니 공급계약서나 입금자료 외에는 확보해 둔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입주자 모집 과정에서 내 정보까지 ‘탈탈’

사업주체들 간에 수분양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한껏 과열됐다. 분양대행사 소속 직원들은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고객을 확보해 관리하는데, 분양계약이 성사되면 분양대금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긴다.

입주 전 ‘사전의향서’ 형식으로 수집한 고객 개인정보는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기 십상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들이 접근하는 대상은 주로 소액 투자를 희망하는 신혼부부나 주부, 퇴직자, 사회초년생 등 일반인들이다. 관련 법규를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모집책에 의지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10%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사기’ 조심

자금 확보 과정에서 법을 어기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사업주체와 분양대행사가 관련법을 위반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설립자가 만든 분양업무 기준을 무시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청약하려는 호실이나 타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선착순으로 입금하는 이른바 ‘초치기 방식’이 동원되기도 한다.

“분양대금 중 계약금 10%만 투자하면 나머지는 대출로 마련할 수 있습니다. 임대를 하게 되면 보증금과 월세를 받을 수 있어 계약금 10%만으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 분양 홍보 문구다.

김 변호사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입주자를 모집할 경우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대출비율이나 전매차익, 임대수익을 속여 분양했음에도 마치 정상적인 계약인 것처럼 행세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움]

김숙정 법무법인 LKB 파트너 변호사(수사대응팀장)는 영등포, 고양, 별내 등 지식산업센터 관련 소송대리, 법률자문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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