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혀 속도 안 나는 M&A…건전성 지표도 악화 [저축銀, 위기의 시간③]

입력 2024-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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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4-21 17:37)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대형저축은행, 부실기업 인수 원해도
수도권 구역 인가 기준 탓에 힘들어
"건전·수익성 개선위해 완화 시급"

저축은행 업계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자 여력조차 없는 부실한 소형 저축은행은 정리해야 업계 전체적인 건전성, 수익성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 활성화를 막는 각종 규제가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꼽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각종 규제로 인해 M&A 과정에 제동이 걸리거나 실적이 개선되지 않아 ‘M&A 물꼬’가 터지지 않고 있다. 특히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에 따라 부실한 저축은행을 대형저축은행이 적극적으로 인수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앞서 지난해 금융당국은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인가기준을 개정해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저축은행을 최대 4개까지 소유,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수도권 2곳과 비수도권 4곳 등 총 6곳(서울, 인천·경기, 부산·경남, 대구·경북·강원, 호남, 충청)으로 나뉘어 있다. 수도권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이 2%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명령)’를 받은 경우에만 동일 대주주가 추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M&A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저축은행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력이 있는 저축은행 주주들이 수도권에 있는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끔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 규제는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은 각자 정해진 영업구역 내에서 총여신의 50%(수도권), 40%(비수도권) 이상을 취급해야 한다.

문제는 지역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대출도 이 의무비율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이미 대부분 차주(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영업점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앱) 등 비대면으로 받는데도, 해당 차주의 거주지로 영업구역 내 여신 여부를 따지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서민정책금융인 햇살론의 취급 비중을 높이면 의무여신비율을 낮춰주는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밖에 저축은행 중금리 보증대출상품인 사잇돌대출의 대출 대상자 범위를 신용점수 하위 30%에서 40~50%까지 확대해 연체율, 대손율을 낮출 수 있게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 도움이 될 만한 수준으로 규제가 풀리지 않아 건전성, 수익성 등의 지표가 나아지지 않는 경우, 저축은행 인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 금융지주사가 부산 소형 저축은행에 현장실사를 나가는 등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이는 지난해부터 나온 이야기로, 속도가 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각 수요는 점차 커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작년보다는 더 M&A가 절실해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고금리 경쟁이 없어 올해는 작년과 달리 조달비용은 줄었지만, 건전성 관리로 여신(대출)을 줄이느라 조달비용이 줄어든 만큼 수익도 감소했다. 여기에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이 계속되면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우거나, 매물로 내놓으려는 움직임 등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저축은행 M&A 가시화 시점은 금융당국이 바뀐 부동산 PF 사업장 평가 기준을 발표한 후인 6월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뀐 기준에 따라 늘어난 충당금 수준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저축은행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여력이 되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기준에 '회수의문' 분류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금융사의 부동산 PF 평가 기준은 '양호(정상)-보통(요주의)-악화우려(고정이하)'의 3단계인데, 여기에 평가 최하위 단계인 '회수의문'을 추가해 4단계로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부실한 단계로 분류될수록 손실에 대비해 금융사가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늘어나는데, 새로운 분류 기준을 적용하면 그간 '악화우려'로 분류된 사업장 상당수가 '회수의문'으로 이동해 충당금 적립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평가 기준 발표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충당금 적립 수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적자가 난 업권인 만큼 충당금을 당장 더 많이 쌓으라고 하면 위험할 수 있다"며 "미래 대비를 위해 쌓는 충당금 때문에 지금 당장 무너지면 안 되는 것이지 않은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방향으로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 기준을 손봐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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