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첫 변론…“정부 계획 안일” vs “기본권 침해 아냐”

입력 2024-04-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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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활동가들이 쏘아 올린 기후 소송, 4년 만에 헌재 심리
“정부, 구체적 대책 없어” vs “현재와 미래 같단 가정은 모순”
이종석 “해외에선 다양한 결론…국민적 관심 인식해 충실히 심리”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등 단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첫 공개변론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등 단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첫 공개변론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 첫 공개 변론이 4년 만에 헌법재판소에 열렸다. 청소년 활동가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이번 소송에서 양측은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헌재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현 탄소중립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와 시행령 등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첫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은 2020년 3월 청소년 기후행동 회원 19명이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이후 같은 취지로 시민 123명의 헌법소원(2021년 10월)‧영유아 62명의 헌법소원(2022년 6월)‧ 시민 51명의 헌법소원(2023년 7월)이 제기되면서 4개 사건이 하나로 병합됐다.

이들은 예상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포함하는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왔다. 미래 세대의 권리를 끌어다 쓰고 있는데, 정작 정부의 목표 수립과 이행은 미비하거나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를 줄이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2050년에는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0으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위해 자리에 착석해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위해 자리에 착석해있다. (연합뉴스)

이날 변론에서 청구인 측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계획은 지나치게 안일하고 작위적인 목표”라며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에 따라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도록 합의했지만, 한국은 현재까지 제출된 모든 목표를 통해 감축한다고 해도 온도가 그 이상으로 오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년도 목표치뿐 아니라 매년 배출량이 중요한데 연도별 대책은 없고 2031년부터는 아예 계획이 없다. 앞선 연도에 실패했을 때 다음연도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다”며 “정부는 앞서 한 번도 목표를 지킨 적 없고, 집행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변화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헌재가 제동을 걸어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정부 측 변호인단은 “파리협정의 기본 원칙은 ‘공통되지만 차별화된 책임’이다. 각 국가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감축 경로에서 하나의 수치만 들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건 파리협정 정신에 맞지 않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기후재난 발생 가능성만으로 청구인들의 구체적, 직접적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와 미래 상황을 동일하게 비교해 차별 취급 여부를 논하는 것도 본질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기후소송이 제기돼 다양한 결론이 나온 바 있고,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며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네덜란드에서는 환경재단인 우르헨다가 2013년 시민 886명과 함께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기후위기를 막기에 부족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최종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4월 정부의 기후보호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독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겼다. 지난해 8월 미국 몬태나주 법원도 주정부의 화석연료 친화 정책이 미래세대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기된 청소년들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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