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금 돌려주세요”…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8개월 내 최고 수준 치솟아

입력 2024-04-24 15:00 수정 2024-04-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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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빌라 밀집지역 전경.  (이투데이DB)
▲서울 시내의 빌라 밀집지역 전경. (이투데이DB)

전국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깡통전세’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40주 이상 오르면서 전셋값 하락분을 만회하는 모양새지만, 빌라 전세 시장은 회복 기미 없이 줄곧 떨어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보다 지방의 전세금 미반환 문제가 더 많이 불거졌다. 전문가는 빌라 전세 시장의 신뢰 상실로 '전세 소멸'까지 점쳤다.

2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임차권설정등기(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93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4370건과 2월 4279건 대비 약 15%가량 늘어난 규모다.

최근 1년간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 추이와 비교하면 지난달 신청 기록은 지난해 8월(4812건) 이후 8개월 내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7월 신청 건수는 5429건으로 지난해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신청 규모가 줄면서 지난해 12월에는 3744건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신청 건수는 4000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은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신청 후 세입자는 법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등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신청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깡통전세나 전세 사기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증가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역별로 신청 건수를 보면 수도권보다 지방의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 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지난달 수도권은 신청 건수가 줄었지만, 부산과 충남, 경북 등에선 대폭 증가했다.

부산은 지난해 7월 256건에서 올해 3월 526건으로 급증했다. 대구는 이 기간 77건에서 103건으로 늘었고, 울산은 40건에서 51건으로 증가했다. 경북 역시 36건에서 91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밖에 충남, 경남, 전남, 전북도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올해 3월 신청 건수가 모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은 1863건에서 1355건으로 줄었다. 경기는 1455건에서 1356건으로, 인천은 1213건에서 928건으로 감소하는 등 지역별 희비가 엇갈렸다.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증가는 전셋값이 수개월째 상승 중인 아파트보다 빌라 시장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택 전셋값 통계만 봐도 최근 빌라 전세 시장 침체가 확연하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빌라 전세가격지수’ 통계에 따르면, 이 지수는 3월 기준 98.14로 2019년 9월 98.15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1월 –0.04% 하락을 시작으로 5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달 이후 추가 하락도 점쳐진다. 반면, 아파트를 포함한 종합 주택 전셋값 통계를 보면, 지난해 6월 91.4을 기록한 이후 줄곧 우상향해 지난달 92.6까지 올랐다.

여기에 향후 빌라 전세 시장 전망도 어둡다. 특히, 빌라 전세 수요가 전세사기 염려 등으로 대폭 줄면서 문제가 없는 빌라까지 세입자의 발길이 끊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택(빌라·단독주택) 전월세 거래 중 전세 비중은 46.9%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최저 수준으로 조사됐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아파트는 전셋값이 계속 오르겠지만, 빌라는 전세금 미반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서 빌라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고,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장기적으로는 빌라는 전세가 소멸하고 월세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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