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30일 전면 진료 중단…“5월부터 의료 붕괴”

입력 2024-04-24 13:29 수정 2024-04-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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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승 위원장 등 서울의대 비대위 수뇌부 4명 5월 1일 사직

▲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비대위 총회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비대위 총회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하며 의료현장을 떠난 지 두 달이 넘은 가운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30일 중증·응급·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24일 서울대 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합리적이고 독선적인 정책 수립 및 집행에 대한 항의와 올바른 의료 개혁을 위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3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 위원장은 “개별 교수의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 또 두 달 이상 지속된 초장시간 근무로 인한 체력저하 속에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4월 30일 하루 동안 진료 중단을 시행한다”고 했다.

비대위는 의사 정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마련을 위해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 시나리오를 반영한 필요 의사 수의 과학적 추계 연구 출판 논문을 공모할 계획이다.

방 위원장은 “그간 객관적인 기구에 의해 의사 수를 추계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양보해 전공의와 의대생 모두 복귀해서 진료를 정상화하고자 노력했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며 “서울대 비대위가 주체가 돼서 의사 수 추계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검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원하는 의료시스템을 구상하고 해당 시스템에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한 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를 통해 적절한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해당 논문을 연구하기까지 8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리는 만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은 멈추고 2026학년도에 반영하자고 주장했다.

방 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 근거로 제시한 연구의 책임자들도 한꺼번에 많은 수를 증원하기보다 점진적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정부가 일부 정원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발표 역시 기존 정부 방침이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허구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비대위는 적절한 의사 증원 수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연구 논문을 공모하려 한다.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겠지만, 현재의 혼란으로 인한 손실과 향후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생각하면 긴 기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의사 수 추계를 검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의사 수 추계를 검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국민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근거는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등이 있다. 이에 대해 방 위원장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는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훨씬 낮다. 소아과 의사는 늘었지만, ‘소아과 오픈런’이 발생하고, 지방에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어 원정출산을 하는 이유는 의사 수 부족이라기보다는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많은 전문가가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 위원장은 “다수의 연구자가 의사 수 부족이 문제라고 하고, 객관적인 의사 증원 수를 도출한다면 의료계와 정부, 우리 사회는 모두 이 숫자를 수용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를 기반했기 때문에 의사단체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고, 정부도 의료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며 서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방 위원장은 “10년 뒤 2000명의 의사 배출을 위해 당장 전공의 1만 명, 의대생 1만 명이 안 돌아오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파괴적인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방재승 위원장은 본인을 비롯한 서울대 의대 비대위 수뇌부 4명이 5월 1일 자로 사직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 위원장은 “수뇌부 네 사람은 다 필수의료에 종사하고 있다. 평상시에 환자만 봤던 사람들이다. 이번 사태에 최전선에서 정부에 투쟁하게 될 줄 몰랐다”며 “정부가 지금처럼 정책을 밀어붙이면 대한민국 의료는 5월에 100% 붕괴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평소 환자 수십 명을 살리는 것보다 붕괴하는 의료시스템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의대 교수로서 사직까지 걸고 노력했지만, 정부는 어제(23일) 교수들 사직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매도하면 교수로서 제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을 볼 면목이 없다. 앞으로 의대 교수가 아닌 만큼 비대위원장도 내려놓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3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제출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민법상 사직서 제출 30일 이후부터 사직을 실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우경 서울대 의대 비대위 언론대응팀장(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전공의와 유사한 사례라고 이해하고 있다.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면서 “민법에 따라 30일이 지나면 사직할 수 있냐에 대해선 법조인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문제가 된다면 법원에서 다퉈봐야 할 것이다. 만약 사직이 안된다고 법원에서 결론나면, 출근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무단 결근으로 인한 징계를 받게 될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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