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높아진 탄소 장벽…“국내기업 단기 대응 필요” [종합]

입력 2024-04-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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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HW컨벤션센터에서 ‘RE100 실현 전략과 대중소기업 탄소중립 상생방안’을 주제로 리월드포럼 2024가 열렸다.
▲24일 서울 HW컨벤션센터에서 ‘RE100 실현 전략과 대중소기업 탄소중립 상생방안’을 주제로 리월드포럼 2024가 열렸다.

전 세계적 탈탄소 흐름과 맞물려 각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기후·통상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 소장은 24일 서울 HW컨벤션센터에서 ‘RE100 실현 전략과 대중소기업 탄소중립 상생방안’을 주제로 열린 리월드포럼 2024에 참석해 “(기후위기 대응 관련) 국제 통상이 협력 대신 파편화로 향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기후위기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기후’와 ‘통상 정책’을 연계해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일례로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해 탄소 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을 100%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는 국제캠페인 ‘RE100’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의 수도 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친환경차 세액공제)과 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배터리, 재생에너지 등 보조금 지급) 등도 추진 및 시행되고 있다.

김 소장은 이같은 글로벌 통상 정책의 추세가 점차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국제협력이 필요한 어젠다”라면서도 “그런데 관련 국제협력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관세 장벽의 증가, 보호무역주의 등을 예로 들며 “(해외 통상 정책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공급망의 탈세계화 흐름이 있다”며 국내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이 아닌 ‘단기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경기가 둔화되고 2~3년 사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우선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하위 법령과 규칙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규정을 보면서 기업 수출에 얼마나 영향을 있을지, 보조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를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탄소배출량을 공장 단위가 아닌 제품 단위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환경점수가 8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 되어야 한다”며 “환경점수는 전기차의 부품인 철강과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 등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운영에 있어 건물 부문 탄소저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단 목소리도 나왔다. 형원준 리월드포럼 공동대표는 “서울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62.1%가 건물에서 발생한다”며 “각 산업이 탄소 감축에 노력을 하면서도 건물 부문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형 공동대표는 “일례로 전국에 1만5000여 개의 편의점이 있는데, 이를 원격관리 체계로 바꾸면 간단한 센서로 에너지 모니터링과 원격 관리가 가능하다”며 “그런 식으로 1년 만에 (에너지 비용이) 10%가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필요성을 역설했다. 형 공동대표는 “대·중소기업 간 협업을 위해선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원격자동제어와 설비에너지 등을 혼합한 친환경 5차 산업혁명 플랫폼을 제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RE100을 이행하려는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건 충분한 물량을 적절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라며 “외국보다 두 배 비싼 전기를 구매하려고 하는 기업은 없다. 그런 만큼 제도에 대한 환경 개선이 더 중요한 화두가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관련 산업 정책을 다루는 이상은 산업자원통상부 산업환경과 과장은 “RE100은 공급보단 가격적인 면이 문제인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개혁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이 과장은 “RE100만으론 기후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원전,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을 활성화해 탄소를 감축하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서도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하고 있다. 기존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원전, 수소, CCUS 등을 기술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24일 '리월드포럼 2024'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24일 '리월드포럼 2024'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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