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에 무조건 상속 보장한 유류분...헌재 "위헌"

입력 2024-04-25 15:40 수정 2024-04-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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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상실사유 규정 없고 기여분도 반영하지 않아 '헌법 불합치'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투데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투데이)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제자매에게 일정 상속금액을 보장하도록 강제한 민법상 유류분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단을 내렸다. 이번 선고로 해당 규정은 즉시 그 효력이 상실한다.

25일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민법 1112조 제4호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유류분 규정에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점, '기여분'을 반영하지 않는 점 등도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면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해당 조항은 법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내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부가 관련 규정을 개정할 때까지 유지된다.

47년 전인 1977년 도입된 유류분 규정은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정상속인에게 최소 상속금액을 보장하도록 한 제도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다.

과거 호주를 승계하는 장남이 가장 많은 유산을 상속받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 만큼 특정인이 유산을 독차지하는 차별적 상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최근 들어 유류분 규정이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변화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사망한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며 딸의 유산을 받아간 이후, 상속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나눠가는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 역시 지난해 5월 진행된 헌재 공개변론에서 사회 변화로 유류분 규정 도입 목적이 정당성을 거의 상실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류분 규정은 지난 2010년과 2013년에도 헌법소원에 올랐지만 두 차례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는 오늘날에도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가족의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헌법적 정당성은 계속 인정한다”면서도 “일부 유류분 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고 입법개선을 촉구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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