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생성형 AI 경쟁서 MS에 밀린 이유는?

입력 2024-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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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력 필요한 시점에 피차이 CEO 점진적 리더십 부적절
명확한 비전 부재…패권주의ㆍ파벌화ㆍ관료주의도 발목

▲순다 피차이 알파벳 구글 CEO. 출처 AFP연합뉴스
▲순다 피차이 알파벳 구글 CEO. 출처 AFP연합뉴스

#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오픈AI가 2022년 11월 30일(현지시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답변하는 생성형 AI ‘챗GPT3’를 출시하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개 5일 만에 하루 이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구글(알파벳)은 사내에 ‘코드 레드(위기 경고)’를 발령하고 대항마를 선보이기 위해 손발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구글 내부에서 개발하고 있는 여러 생성형 AI들을 확인한 결과 챗GPT의 성능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작년 3월에야 겨우 ‘바드’를 내놓았지만 대세를 바꾸지 못했다. 그마저도 챗GPT4 출시일보다 늦었다. 절치부심한 구글은 2월 몰티모달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내놓았지만 바드와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결함을 노출했다.

구글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선구적인 검진엔진으로 인터넷 혁명의 선봉에 섰고, 이메일, 지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2016년에는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빅테크들의 최대 격전지인 생성형 AI 경쟁에서 MS에 뒤처지면서 지배적 지위를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지적했다.

이렇게 구글이 비틀거리는 동안 숙명의 라이벌인 MS는 능숙하게 움직여 대비를 이뤘다. MS는 일찍이 오픈AI의 지분을 사들였고, GPT 기반 AI 챗봇 ‘코파일럿’을 대부분의 주요 소프트웨어 제품에 빠르게 내장시켰다. 이에 MS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다.

구글이 빅테크의 격전지 생성형 AI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는 무엇일까? FT는 구글의 전·현직 임원, 업계 관계자, 분석가 등과의 여러 인터뷰를 기반으로 그 원인을 순다 피차이 구글 CEO의 리더십 부족, 명확한 비전 부재, 파벌주의, 관료주의 등으로 분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구글 베이 뷰 캠퍼스가 보인다. 마운틴뷰(미국)/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구글 베이 뷰 캠퍼스가 보인다. 마운틴뷰(미국)/AFP연합뉴스

우선 피차이 CEO를 포함해 리더들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사내 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성형 AI를 제품과 서비스에 빠르게 반영해 출시하기 위해서는 단일하고, 일관성 있는 전사적 계획이 필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피차이 CEO의 리더십 스타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피차이는 탑다운 방식의 권위적인 결정보다는 사내 의견을 바탕으로 합의를 도출해내는 스타일로 널리 사랑받는 상사였다. 하지만 MS의 오픈AI와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결정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그의 절제된 리더십은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회사 관계자들은 피차이가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까지 개입하는 스타일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구글 직원은 “피차이가 생성형 AI가 구글에 어떻게 표시돼야 하는지 등의 일상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 개입했다”면서 “그가 2015년 CEO가 되기 전 1년간 잠깐 맡았던 최고제품책임자(CFO) 수준의 역할을 한 꼴”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글 직원은 “피차이가 이러한 세부 사항에 밀접하게 관여하면 CEO로서 정작 해야 할 광범위한 직무를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AFP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AFP연합뉴스

둘은 회사 내외부 이사들이 피차이에게 보다 급진적이고 결단력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점진적인 접근 방식은 오픈AI, 미스트랄AI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대비를 이룬다.

구글의 파벌주의도 AI 경쟁에 뒤처진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거론됐다. 피차이는 AI 조직을 런던에 본사를 둔 딥마인드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구글 브레인 2곳을 운영했다. 브레인을 이끈 제프 딘과 허사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두 팀의 협업 방식에 대해 자주 충돌을 일으켰다. 결국 지난해 4월 둘을 딥마인드로 통합시키고 리더로 허사비스를 지명했다. 그러나 연구보다는 제품적인 측면에서 AI를 도입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허사비스가 리더가 된 것에 대해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전ㆍ현직 구글 임원들은 부서별 패권주의도 심각하다고 짚었다. 각 제품 라인에는 각각의 리더가 있음에 따라 직원들은 급진적인 혁신이나 팀 간의 협업보다는 제품 최적화를 위해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도록 요구된다는 설명했다.

파편화된 조직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생성형 AI 구현 방법에 대한 결정은 주요 검색 및 정보 서비스, 안드로이드와 크롬 브라우저를 포함한 플랫폼, 지메일과 생산성 앱을 포함한 클라우드 컴퓨팅, 유튜브 등을 담당하는 부서 간에 분산돼 있다고 꼬집었다. 전직 직원들은 빙산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바꾸는 것을 꺼리거나 바꿀 수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새로운 일을 하려는 ’AI 팀’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검색ㆍ광고 팀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다”면서 “구글은 관료들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 같다”고 전직 구글 직원은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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