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년 만의 최대 규모 ‘사무실 대출 디폴트’ 위기

입력 2024-05-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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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억 달러 사무실 건물, 디폴트·압류·기타 재정난 직면
대출 상환 속도도 느려져
고금리 장기화 전망도 악재

미국의 사무실 건물들이 역사적 수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리면서,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미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현재 380억 달러(약 53조 원) 이상의 미국 사무실용 건물이 디폴트, 압류 또는 기타 재정난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사무실 소유주의 대출 상환 속도도 눈에 띄게 더뎌졌다. 무디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1년만 해도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으로 전환된 사무실 대출의 90% 이상은 만기일에 상환됐는데,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2007년 데이터 집계 이후 최악인 35%로 급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은 일반적으로 구입 자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조달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만기가 도래하는 대부분의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았을 때 이뤄졌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둔화하지 않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가 아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정상적인 사무실 시장이었다면 많은 소유주가 높은 이자율을 감당할 수 있었겠지만, 코로나19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직원들의 원격근무를 허용하고 사무실에 필요한 공간을 재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임차인들은 건물주의 재무 상태를 자세히 살피고 있다. 소유주가 채권자로부터 부동산을 압류당할 가능성이 없는지, 약속대로 편의 시설을 추가할 자금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부동산 투자은행 이스트딜시큐어드의 아담 에드워즈 매니징 디렉터는 “임차인들은 직원들을 사무실로 다시 불러들이고 싶어해서 소유주가 추가로 투자할 수 있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차인들이 이처럼 경계심이 커진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향후 12개월 안에 180억 달러의 사무실 대출이 만기가 도래한다. 이는 전년도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무디스는 대출의 73%가 부동산 수입 약화, 높은 부채 수준과 공실률, 다가오는 임대차 계약 기간 만료 등으로 인해 재융자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조사기관 코스터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은 현재 13.8%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2019년 말에는 9.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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