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에 엔화 ETF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전망은 안갯속

입력 2024-05-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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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 시세판 모니터에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한 상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이 ‘쇼와의 날’을 맞아 휴장한 가운데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장 초반 34년 만에 처음으로 160엔 선을 넘었다. (AP/연합뉴스)
▲4월 29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 시세판 모니터에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한 상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이 ‘쇼와의 날’을 맞아 휴장한 가운데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장 초반 34년 만에 처음으로 160엔 선을 넘었다. (AP/연합뉴스)

엔화 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개인의 엔화 투자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나 당분간 엔화 반등이 나타나기 어려우며, 당국 시장 개입 가능성에 따른 변동성도 클 것으로 보여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올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KBSTAR 미국30년 국채 엔화노출(합성 H)’ ETF를 1195억 원 순매수했다.

개인은 올해 3월 12일 상장한 ‘ACE 미국30년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역시 상장 이후 지난달 말까지 29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ETF들은 엔화 가치와 미국 장기국채 가격이 연동된 상품이다. 다만, 엔화 가치와 미국 장기채 가격이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하락 중이다. ‘KBSTAR 미국30년 국채 엔화노출(합성 H)’는 연초 이후 15.79% 하락했고, ‘ACE 미국30년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상장 이후 9.29% 하락했다.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TIGER 일본엔선물’은 연초 대비 3.77% 하락했으며, 개인이 35억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엔화 투자 ETF 순매수세는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가치 반등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엔화 가치는 최근 들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연초 140.95엔으로 시작한 엔·달러 환율은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다 4월 26일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오전에는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160엔을 돌파했다. 다만, 이날 엔·달러 환율은 156.31엔으로 급락 마감했는데,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를 방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급’ 엔저임에도 국내투자자들의 일본 증시 직접 투자는 늘어나지 않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4월 중 일본 주식을 1억6만 달러어치 순매수해 3월 1억6344만 달러 대비 감소했다.

이는 엔화와 달리 3월 일본 증시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고점이라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닛케이225 지수는 3월 장중 4만1000선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 지난달 30일 3만8405.66으로 완만한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엔화 가치의 반등 추세가 당분간은 나타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나타나는 등 향후 추이는 안갯속이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화가 약세 흐름을 지속함에 따라 일본 측 테이퍼링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으나 일본은행은 기존 통화 정책을 유지했다”며 “일본은행의 정책이 부재하면 달러·엔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국이 반복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을 넘어 향후 변동성이 더 크고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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