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소주만 마셨는데"…믿고 먹은 '제로'의 배신? [이슈크래커]

입력 2024-05-02 16:30 수정 2024-10-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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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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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는 제로 콜라, 사이다는 제로 사이다… 소주도 제로 소주!

'제로 슈거', 무설탕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설탕 대신 감미료를 넣은 제로 슈거 음료는 젊은층 사이에서 특히 인기입니다. 같은 탄산음료를 마셔도 살이 덜 찔 것 같고, 몸에도 덜 유해할 것 같다는 인식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치킨이나 피자 등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을 때, 마지막 보루로 음료만은 제로 탄산음료를 마신다는 이야기가 웃음과 함께 전해지기도 하죠.

제로 슈거의 인기는 음료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초콜릿이나 과자 등 간식에도 '제로 슈거' 이름이 붙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소주, 맥주 등 주류 제품도 설탕을 넣지 않았다는 문구가 더해져 주당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죠. 이젠 유행을 넘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다수 기업이 제로 슈거 주류 경쟁에 열을 올리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제로 슈거 소주를 즐겨 마시던 이들이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제로 슈거 소주의 당류, 열량과 일반 소주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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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슈거 소주의 진실?…일반 소주도 '제로 소주'로 표시 가능한 수준

한국소비자원은 1일 국내에서 판매 중인 5개 제로 슈거 소주를 시험 검사한 결과 제로 슈거 소주에서는 당류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반 소주도 당류가 100㎖당 평균 0.12g으로 낮아 제로 슈거 소주로 표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표시기준에 따르면 식품 100㎖당 열량이 4㎉ 미만이면 무열량, 100g당 또는 100㎖당 당류가 0.5g 미만이면 무당류 강조 표시를 각각 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도수를 고려하면 열량 차이도 크지 않았습니다. 제로 슈거 소주 열량은 일반 소주에 비해 100㎖당 최소 2.85(2.60㎉), 최대 13.87%(14.70㎉) 각각 낮았는데요. 이는 제로 슈거 소주 알코올 도수가 100㎖당 최소 0.5도(2.77㎉)에서 최대 2.6도(14.38㎉) 낮기 때문으로, 당류 함량에 따른 열량 차이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도수가 낮아져서 칼로리도 낮아진 겁니다. 일반 소주 한 병과 제로 슈거 소주 한 병의 칼로리 차이는 평균 26kcal로, 오이 한 개(20~30kcal) 수준의 칼로리 차이에 불과했죠.

즉 일반 소주와 당류도, 열량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인데요.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소주의 경우 당류와 열량이 제로 슈거가 일반 소주보다 크게 낮을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과 대비됩니다. 소비자원이 성인 2000명을 설문한 결과를 보면, 68.6%는 제로 슈거 소주가 일반 소주보다 열량이 크게 낮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음료시장은 소주와 사뭇 달랐습니다. 제로 슈거·제로 칼로리라고 광고하는 음료 20개 제품의 경우 일반 음료와 비교해 열량은 100㎖당 평균 39.83㎉(98.14%), 당류는 100㎖당 평균 9.89g(99.36%) 각각 낮아 100배에 가까운 현격한 차이를 보였죠.

소비자원은 또 맥주의 '비알코올'(Non-alcoholic)과 '무알코올'(Alcohol free) 표기로 인해 소비자가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식약처는 알코올 함량이 0%일 때 무알코올로, 1% 미만일 때는 비알코올로 각각 표시하도록 규정하는데요. 그러나 현재 비알코올 맥주는 '0.0', 무알코올 맥주는 '0.00' 표시가 널리 쓰입니다. 비알코올 맥주의 경우 소수점 둘째 자리 이하의 알코올이 들어있음에도 소비자가 무알코올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원 설문에서도 10명 가운데 8명(83.0%)은 0.0과 0.00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52.3%는 비알코올 표시가 알코올이 전혀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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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서도 의견 갈려…"장내 미생물 집단 균형에 영향" vs "유해성 과대평가"

제로 슈거가 세간의 이목을 끈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올해 1월 세계적인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아이사이언스’(iScience) 최신호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사카린 등 인공 감미료를 섭취하는 사람의 장내 세균총은 섭취하지 않는 사람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들은 설탕 대신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입니다.

연구팀은 아스파탐 사용자 9명, 기타 인공 감미료(수크랄로스, 사카린, 스테비아 잎 추출 분말) 사용자 35명과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55명(대조군)의 소장 내 미생물 다양성을 비교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아스파탐 이외의 인공 감미료 사용자의 소장 내 미생물 집단 다양성은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조군보다 떨어졌습니다.

아스파탐 사용자의 미생물 집단 다양성은 대조군과 비슷했지만, 실린드로스퍼몹신이라고 불리는 독소를 배출하는 미생물 집단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독소는 간과 신경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조담 수에즈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부교수는 지난해 현지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공 감미료의 무분별한 섭취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그는 “대체 감미료의 다량 섭취는 우리 몸의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생태계)을 신진대사에 해로운 방향으로 변형시킨다”고 전했죠.

반면 이들 감미료의 유해성이 과대평가됐다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7월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분류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다만 2B군은 발암 가능성이 있으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때 주로 분류합니다. 김치나 피클 등의 절임 채소류도 여기에 포함되죠.

두 기관은 아스파탐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이 어느 정도인지 예시를 들었는데요. 체중 1㎏당 40㎎으로 제시하면서, 체중 70㎏의 성인이 아스파탐 함유량이 200∼300㎎의 탄산음료를 하루에 9∼14캔 넘게 마시면 허용치를 초과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잉 섭취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식약처도 '아스파탐에서 분해된 메탄올의 양은 과일, 채소 등 식품을 통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양보다 크게 적어 아스파탐 섭취로 인한 건강상 위해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ADI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죠.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재평가 ADI 대비 국민 전체 섭취량을 비교한 경과 아스파탐의 경우 0.12%로 집계됐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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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대규모 연구 부재…소비자원, 식약처와 개선안 협의 방침

제로 슈거 식품과 혈당의 관계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특별히 진행된 바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장기적인 혈당 개선 효과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또 어떤 대체 감미료가 '덜' 해로운지 비교한 연구도 없는 실정입니다.

다만 임상 사례를 종합해보면 제로 슈거 식품에 사용되는 대체 감미료가 일시적으로 혈당을 높이는 등 단기적인 악영향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해성 논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만 않으면 혈당 관리 및 식이요법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인공 감미료 성분이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신체에 당장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겁니다. 물론 먹거리 안전은 중요한 문제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업계 제언이죠.

우선 소비자원은 주류업체들에 알코올이 조금이라도 포함됐다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시해달라고 권고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알코올이 전혀 없는 경우에만 함량이 '0.0'이라고 쓸 수 있는 만큼, 식약처와 관련 개선방안을 협의할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비알코올 맥주'와 '무알코올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혼동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건강한 감미료 활용에 대한 연구도 지속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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