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근의 우주 속으로] 전환점 맞고있는 북한 우주개발

입력 2024-05-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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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영 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ㆍ전 한국항공대 교수

국제사회 제재불구 고급부품 조달
고성능 소형위성 개발가능성 높아
기술도약→우주무기개발 주시해야

유엔과 개별 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받아온 북한은 방사능 등의 다양한 우주환경에 내구성을 갖는 우주급뿐만 아니라 FPGA(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 프로세서, 고주파집적회로 등의 각종 반도체 부품을 포함한 상용급의 고성능 전기전자부품의 독자개발도, 해외구매도 어려웠다. 이는 북한이 고성능 정찰위성 개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합리적 추정의 이유가 되어왔다.

세계적으로 뉴 스페이스 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마이크로급의 소형위성 개발 및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소형위성에 사용되는 뉴 스페이스용 상용부품, 구성품, 부체계 및 소프트웨어, 특히 주로 대학 및 연구소 등에서 연구 개발하는 초소형 큐브셋 위성 부품 및 구성품 등의 구매에는 ITAR(국제무기거래규정)과 민간의 수출통제 승인도 불필요하다.

최근 영국의 분쟁군비연구센터(CAR)는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여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 화성-11형(KN-23) 단거리탄도미사일의 항법장치 잔해물에서 수거한 인쇄회로기판 및 전기전자부품을 조사 분석하였다. 항법장치에 장착된 전자부품은 모두 290개 이상이었고 이 중에 75%는 미국산, 16%가 유럽산, 나머지는 일본, 싱가포르, 대만 및 중국 부품으로 식별되었다.

모두 26개의 부품회사를 확인하였다. 부품 중 약 75% 이상이 2021년과 2023년 사이에 생산된 것을 확인하였다는 의미는 북한이 가장 최신의 부품을 확보 및 사용하여 신형 탄도미사일을 생산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3자를 통해 다양한 성능의 전기전자부품을 획득할 수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란, 러시아 등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무기체계 생산에 필수적인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반도체 및 전자부품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최근 들어 뉴 스페이스용 고성능 소형위성에 저가의 자동차용 인증부품(AEC-Q)을 포함하는 상용부품의 활용이 대세가 되고 있다. 자동차용 인증부품은 15년 이상의 내구성을 보장하는 다양한 인증시험을 완료한 상태이다. 따라서 위성용 부품으로 전용할 때 방사능 등의 우주환경에 대한 내구성을 추가적으로 분석 평가 및 검증만 하면 바로 위성용으로의 사용이 가능하다. 결국 제3자를 통한 고성능의 자동차용 인증부품 등 상용부품의 불법적 구매 및 획득은 북한이 고성능 위성을 개발하는 데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북한의 고해상도 및 고성능의 차세대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러시아 설계기술을 접목하고, 고성능의 핵심 부품 및 구성품을 러시아가 직접 제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위성설계 및 개발 경험이 일천한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의 기술지원 및 협력을 통해 위성체계기술뿐만 아니라, 고성능과 고기동 위성의 핵심기술인 탑재컴퓨터, 비행소프트웨어, 자세 및 궤도제어기술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이런 러시아를 통한 위성 및 발사체의 기술협력 및 지원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불법 취득과 함께 북한의 우주개발에 날개를 달아줄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국제 제재라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작년 11월에 발사한 만리경-1호 정찰위성과 올 한 해 추가 발사를 예고하고 있는 3기의 정찰위성이 뉴 스페이스의 고성능 전자부품 및 구성품을 불법 취득하여 장착하고 있다면 이들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서브미터(1m 이하)급이 될 수도 있다. 상용부품 사용을 통한 고성능의 소형경량 위성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말 러시아는 북한 제재를 분석하는 유엔 산하 전문가 패널의 활동 연장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여 북한 제재 감시활동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유엔 안보리의 법적 제재 수단의 무력화는 위성, 발사체 등의 북한 우주개발 및 우주기술 발전에 대도약을 위한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우주 감시정찰 및 군 통신을 지원하는 우주 군사화를 넘어 우주 무기화를 선언하며 본격적으로 공격용 우주무기체계 개발에 나설 개연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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