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K-제약바이오’ 성장 더하기

입력 2024-05-0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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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억 달러 VS 227억 달러”

‘250억 달러’는 지난해 전 세계 의약품 시장 매출 1위에 오른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2023년 글로벌 매출이다. ‘227억 달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제시한 지난해 대한민국 의약품시장 규모 수치다.

한국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의 자료를 보면 2022년 키트루다의 전 세계 매출은 209억 달러였고, 한국의 2022년 의약품 시장 규모는 218억 달러였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한 품목의 1년 치 성장폭이 한국의 의약품시장 규모 성장 폭을 앞지른 셈이다.

단순 비교는 의미도 없고, 비교 대상도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개발과 기술이전 등 경쟁력을 뽐내고 있는 K-제약바이오의 성과를 폄훼하는 것도 우리의 현재 위치를 부끄러워하자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국가이자,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인정하는 첨단 의약품 생산설비와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한 나라다.

종근당, 유한양행, 한미약품, LG화학, 알테오젠 등 다수 기업이 기술이전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백신 개발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해 K-제약바이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아쉬운 건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대규모 연구개발(R&D) 비를 쏟아부으며 신약개발에 몰두하지만 한계가 있다. 신약후보 물질 탐색·발굴, 임상시험, 우수 인력 확보, 첨단 생산시스템 구축, 해외 규제당국 인허가,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등 모든 것을 개별 기업만의 힘으로 할 수는 없다.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인 산업 육성책이 절실하다. 정부도 지난달 ‘첨단바이오 전략’ 발표를 통해 첨단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또한, 앞서 제약강국 실현을 위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고, K-바이오백신펀드 조성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여전히 쉽지 않다. 지난해 바이오헬스케어 연구개발비는 늘었지만, 정부 지원은 줄었다. 한국바이오협회 ‘2023년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연구개발비 현황’을 보면 의약품분야의 연구개발비는 3조383억 원으로, 이 중 보조금은 660억 원으로 전체의 2.2%였다. 2022년과 비교 전체 의약품 연구개발비 2조9130억 원보다 4.3% 늘었지만, 보조금은 2022년 905억 원 보다 27.1%나 감소했다.

투자는 지난해보다 더욱 위축됐다. 벤처캐피탈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료분야 신규 투자금액은 2021년 1조6770억 원, 2022년 1조1058억 원, 2023년 8844억 원으로 최근 3년간 절반 가량 줄었다. 또 올해 1분기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액은 1563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한다. “오히려 연구개발비가 줄었다”, “더욱 과감하고 빠르게 지원해야 한다”, “올해도 투자 심리가 위축됐는데 정부가 힘을 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들이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제약·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의지는 확인했지만 정책 집행이나 실행면에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 혁신과 산업 육성·지원이란 2마리 토끼를 잡은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2년간 규제개혁 1.0, 2.0, 3.0 추진을 통해, 산업계와 일반 국민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규제 혁신과 산업 육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제약바이오 성장 더하기에 정답은 없다. 정부가 업계 목소리에 귀를 열고 더욱 과감한 투자와 빠른 정책 실행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결실을 앞당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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