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ㆍ자국 우선주의ㆍ지정학적 긴장 등 변수
주요 국제기구들이 올해 글로벌 무역 성장률이 전년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 자국 우선주의,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들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이 2배 이상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작년에는 물가 상승, 금리 급등, 수요 부진 등으로 둔화됐던 글로벌 무역 흐름이 올해부터는 급격히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설명이다.
OECD는 글로벌 상품·서비스 교역이 올해 2.3%, 2025년 3.3%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증가율이 1%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OECD의 클레어 롬바르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더 광범위해진 경제성장과 함께 무역이 늘어나는 순환기적 회복에 따른 것이 주요 배경”이라며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IMF는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무역량 증가율을 3%로 추정했다. 서비스 교역에 대한 전망을 발표하지 않는 WTO는 상품 교역이 작년에 1.2% 줄었지만, 올해는 2.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이 발간한 세계무역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상품 교역은 전년 동월 대비 1.2% 늘어 1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상품 무역은 1월 0.9% 감소했으나 미국과 중국의 경기 확장에 힘입어 2월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CPB는 설명했다.
독일 베렌베르크은행의 살로몬 피들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대외 무역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수출 반등이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에도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IMF 통계에 따르면 2006~2015년 상품·서비스 교역량은 연평균 4.2% 증가했다.
OECD와 IMF, WTO 모두 각국 정부가 국가 안보, 자급자족, 자국 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긴장, 지역 갈등,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무역 위험을 경고했다. 미·중 패권경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 홍해에서의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수에즈 운하 운항 차질 등이 세계 무역 회복세를 제한할 것으로 본 것이다.
FT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도 세계 무역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짚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모든 무역 상대국에 관세를 10%포인트(p) 인상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밖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무역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십 개의 선거가 올해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