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앉은 미국인들…보이지 않는 BNPL ‘유령 부채’ 공포

입력 2024-05-08 16:59 수정 2024-05-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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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BNPL 온라인 쇼핑 결제액 12.3%↑
2028년 세계 시장 규모 7000억 달러 전망
공식 가계부채 통계 미반영…“경각심 가져야”
과도한 지출·충동구매 조장 지적도

▲사진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쇼핑객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사진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쇼핑객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전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선구매 후결제(BNPL)’의 ‘유령 부채’ 급증이 새로운 경제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어도비애널리틱스는 미국 소비자들이 올해 1분기에 BNPL 결제 서비스 통해 온라인 쇼핑에 사용한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증가한 192억 달러(약 26조1888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BNPL이란 물건 구매 시 결제 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내고, 소비자는 여러 번에 나눠 결제 업체에 대금을 갚는 무이자 할부 결제 방식이다. 거래 총액을 수주에 걸쳐 4번에 나눠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BNPL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으며,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인의 이러한 후불결제 서비스 이용 증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팀 퀸란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BNPL의 위험에 대해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에드 드한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회계학 교수는 “BNPL은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점점 더 깊고 깊은 신용의 구멍을 파게 한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투명성이 없을 때 이런 일이 더 쉽게 일어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BNPL이 공식 가계부채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회사는 이러한 대출을 주요 신용평가사에 보고하지 않으며, 이를 총체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관도 당연히 없다. 이러한 유령부채 급증은 글로벌 중앙은행, 미국 은행, 다국적 기업 등에 중요한 미국 가계의 재정 건전성에 관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특히 이는 미국 가계의 카드빚 연체율이 1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미국 소비자들이 BNPL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한다는 징후도 감지됐다. 블룸버그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에 의뢰해 지난달 19~21일 미국 성인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BNPL 서비스에 빚을 진 이용자들의 43%가 대금 지급이 연체됐다고 밝혔고, 28%는 해당 플랫폼에서의 지출로 인해 다른 부채를 제때 갚지 못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BNPL이 과도한 지출이나 충동구매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BNPL 서비스 이용자의 약 25%는 해당 서비스의 지출이 ‘통제 불능’이라는 데 동의했다. 약 23%는 분할 결제 없이는 대부분의 구매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고, 3분의 1 이상은 신용카드 한도를 모두 사용한 후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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