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브랜드 '폼' 달라졌다…아파트 이름 바꿔다는 건설사들, 왜?

입력 2024-05-09 17:02 수정 2024-05-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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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건설의 새 주거 브랜드 '아테라'(ARTERA) BI. (자료제공=금호건설)
▲금호건설의 새 주거 브랜드 '아테라'(ARTERA) BI. (자료제공=금호건설)

건설사들이 각 사의 정체성을 담아 수 십 년간 사용하던 주택 브랜드를 잇달아 교체하거나,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한 브랜드를 사용하며 굳어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향후 주택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최근 새 주거 브랜드 '아테라'(ARTERA)를 공개했다. 이는 20여 년 만에 신규 브랜드 론칭이다. '예술(ART)'과 '대지(TERRA)', 그리고 '시대(ERA)'를 조합한 단어로, 삶의 공간인 집을 '대지 위의 예술'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테라는 종전 주거 브랜드인 '어울림'과 '리첸시아'를 대신해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구분 없이 통합 브랜드로 사용될 예정이다. 우선 6월 분양을 앞둔 '고양 장항 아테라', '청주 테크노폴리스 아테라'에 최초 적용된다. 이후 '춘천 만천리 2차' 등 분양 예정 단지에 순차적으로 들어선다.

▲HL디앤아이한라의 신규 주거 브랜드 EFETE BI. (자료제공=HL디앤아이한라)
▲HL디앤아이한라의 신규 주거 브랜드 EFETE BI. (자료제공=HL디앤아이한라)

지난달 HL디앤아이한라 또한 기존 '비발디'를 대체할 신규 주거 브랜드인 '에피트(EFETE)'를 선보였다. HL디앤아이한라의 주거 브랜드 변경은 27년 만으로, '누구나 선호하는 아파트'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달부터 브랜드 광고(TVC) 런칭과 동시에 이천 부발 등 아파트, 프리미엄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다양한 주거 건축물에 신규 브랜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 동문건설은 2021년 기존 주택 브랜드인 '동문굿모닝힐' 출범 이후 20여 년 만에 새로운 주택 브랜드 '동문 디 이스트(THE EST)'를 론칭했다. 영어 정관사 '디(THE)'와 최상급을 나타내는 '이스트(EST)'의 합성어로 고객들에게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주거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밖에 반도건설은 새로운 상업시설 브랜드 '시간(時間)'을 론칭했다. 시간은 '사람이 머무는 곳, 시간을 즐기는 곳, 시간 공간이 되다'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사람과 공간(상업시설)의 만남으로 완성되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향후 조성하는 상가에 적용해 선보일 예정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새로운 상가 브랜드 론칭을 위해 약 6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며 "네이밍부터 단지 적용 방법 등을 고려하고, 차별성을 따져 힐링을 메인으로 한 브랜드 컨셉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반도건설의 새 상업시설 브랜드 '시간' BI. (자료제공=반도건설)
▲반도건설의 새 상업시설 브랜드 '시간' BI. (자료제공=반도건설)

건설사들의 브랜드는 기업의 정체성을 투영한단 점에서 쉽사리 교체가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오래된 업력을 가진 건설사들이 교체를 단행한 이유로는 주택 사업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수십 년 간 사용한 주택 브랜드는 소비자 친밀도와 인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수적이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특히 정비사업 시장에서 확장성이 떨어져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신규 브랜드 론칭을 결정해도 실제 출시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브랜드 출범은 크게 브랜드명 도출, BI(Brand Identity) 설정, 대내외 전 요소 교체, 리브랜딩 홍보 등의 단계를 거친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에 의뢰할 경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작업 기간이 소요되며, 브랜드가 인지도를 가지기까지는 수억~수백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론칭 이후에도 기존 브랜드 입주민들과의 마찰이 있을 수 있다. 건설사들은 기존 단지 입주민들이 아파트명 교체를 요구할 경우, 내부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신규 브랜드로 아파트명을 변경해왔다. 하지만 일부 단지에서 무리하게 브랜드를 사용하며 소송으로 치닫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아파트 브랜드가 나오면 종전 브랜드 입주민들은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청한다"며 "앞으로 신규 브랜드로만 계속 분양이 진행될 텐데, 옛 브랜드 명을 유지할 경우 집값 등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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