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가고 변우석 왔다…'선재 업고 튀어', 방송가도 놀라게 한 흥행 요인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4-05-0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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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N '선재 업고 튀어')
▲(사진제공=tvN '선재 업고 튀어')

벌써 끝났어? 월요일에 깨워주세요

타임슬립을 이렇게 제대로 활용하는 드라마는 처음이야!

아내가 월·화요일은 늦게 들어오라네요

한 드라마의 클립 영상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이 드라마, 조용히 시작하더니 어느새 영상 클립 조회 수는 수십만 회를 기본으로 찍고, 시청자들의 '주접' 댓글도 한가득 달립니다. 평소 TV를 전혀 안 봤다는 중학생부터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질겁하던 직장인, 딸이 대학생이라는 50대 주부까지 시청자 층도 다양하죠.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이야기인데요. '선재 업고 튀어'는 삶의 끝에서 자신을 구해준 최애 류선재(변우석 분)를 이번엔 자신이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간 임솔(김혜윤 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김빵 작가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하죠.

최근 상승세를 탄 시청률이 인기를 방증합니다. 7일 방송된 10회 시청률은 수도권 평균 6.0%(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 최고 7.2%, 전국 평균 4.8%, 최고 5.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tvN 타깃인 2049 남녀 시청률에서는 수도권 평균 3.1%, 최고 3.4%, 전국 평균 2.9%, 최고 3.1%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를 석권했죠.

그런데 5% 안팎의 시청률, 호들갑을 떨기엔 다소 낮은 수치가 아니냐는 의문도 듭니다. 특히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눈물의 여왕'을 떠올렸을 때 말이죠. '눈물의 여왕'은 최종회에서 전국 24.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함은 물론 tvN 역대 최고 시청률 1위 기록까지 갈아치운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 의견은 사뭇 다릅니다. '선재 업고 튀어'의 경우 단순히 시청률로 흥행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죠.

▲(사진제공=tvN '선재 업고 튀어')
▲(사진제공=tvN '선재 업고 튀어')

순탄치 않았던 시작…작·감·배부터 소재까지 '난항'

'선재 업고 튀어'가 시작부터 기대를 받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난항을 겪었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데요. 제작까진 3년가량이 걸렸습니다. 대본을 선뜻 집어 든 배우가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변우석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제작이 시작됐죠.

어렵사리 완성한 캐스팅이 다소 약하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김혜윤은 '어쩌다 만난 하루'를 통해 주연으로 입지를 다졌지만, 이후 특별한 흥행작이 없었습니다. 변우석은 이번 작품으로 첫 주연에 도전했죠. 연출작이 쟁쟁한 스타 작가·감독의 참여도 없었습니다.

월·화요일 편성은 전통적으로 시청률에서 불리한 악조건으로 거론됩니다. 월화드라마의 지평을 확장한 같은 방송사 '내 남편과 결혼해줘' 후속작인 '웨딩 임파서블'도 3%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종영했는데요. '선재 업고 튀어'는 전작을 통한 '후광 효과'를 기대하지도 못했던 상황이었죠.

'타임슬립' 소재와 청춘물이라는 장르도 한계로 예견됐습니다. 장르적 특성상 전 세대를 아우르기 어렵고, 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주축이 되는 멜로 드라마인 만큼 호불호가 크게 갈려 시청률과 화제성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첫 방송 이후엔 고(故) 종현 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 류선재가 활동 기간 돌연 사망했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극 중 류선재가 샤이니 멤버 종현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임솔이 회귀하는 시점이 샤이니가 데뷔한 2008년이라는 점, 첫 방송 날짜가 종현의 생일과 일치한다는 점 등을 꼽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작품 보이콧을 거론하기도 했죠.

이에 CJ ENM 측은 "극 중 선재의 데뷔 연도는 2009년이며, 이 드라마는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만든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원작에서 6년 전으로 타임슬립 하는 것과 달리 드라마에서 15년 전으로 돌아가는 점에 대해 "원작의 6년 전 설정은 두 주인공의 풋풋한 시절을 그리기에도, 시대적 차이를 보여주기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2023년과 시대적 대비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15년 전인 2008년으로 배경을 설정했다"고 설명했죠.

첫 방송일이 종현의 생일인 4월 8일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편성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결정된 것일 뿐, 의도적인 설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습니다.

▲(사진제공=tvN '선재 업고 튀어')
▲(사진제공=tvN '선재 업고 튀어')

입소문 타더니 결국…변우석·김혜윤 화제성 '폭등'

이 같은 상황 탓에 방송가에서는 '선재 업고 튀어'에 큰 기대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첫 방송 직후 상황은 달라졌는데요.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죠.

'선재 업고 튀어'의 흥행에는 '입소문'이 주효했습니다. 각종 사회관계망시스템(SNS),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렇게 재밌는데 시청률이 낮을 수가 있냐"는 시청자의 토로(?)가 쏟아졌는데요. 시청자들은 자발적으로 후기 글이나 리뷰 영상을 게재하면서 입소문을 퍼뜨렸죠. 연애 프로그램 리뷰 영상으로 인기를 끈 유튜버 '찰스엔터'도 "'선재 업고 튀어'를 제발 봐달라고 애걸하며 복걸한다"며 사심 가득한 홍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은 27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선재 업고 튀어'는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까지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유려하게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8일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1주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는 '선재 업고 튀어'가 1위에 올랐는데요.

그간 '눈물의 여왕'이 독식하던 1위 자리를 '선재 업고 튀어'가 이름을 올린 것이죠. '선재 업고 튀어'는 전주 대비 화제성이 23.0% 상승하며 첫 방송 후 3주 연속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연을 맡은 배우 변우석김혜윤의 질주가 무섭습니다. 두 사람은 역대급 TV-OTT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점수와 함께 순위 1위와 2위에 각각 올랐죠.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데이터PD는 "'눈물의 여왕'의 김수현이 지난주에 세운 역대 4위 기록을 일주일 만에 변우석과 김혜윤이 넘어섰다"며 "2015년도부터 발표된 출연자 화제성 순위 4위와 5위에 오른 두 배우가 16년도에 세운 '응답하라 1988' 배우들(박보검, 혜리, 류준열)이 세운 기록을 9년 만에 넘어설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죠.

또 2월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공개된 영상 콘텐츠의 총 누적 조회수(유튜브, 틱톡, SMR,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PGC-UGC 합산)는 3억5000만 뷰를 넘습니다. 유튜브 댓글 수는 전주 대비 90% 이상 상승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습니다.

▲(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이례적 팬덤 현상까지…적극적인 각색, 몰입도 더하고 캐릭터 매력 ↑

방송가에서도 드라마의 흥행에 놀란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8일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열린 'tvN 미디어 톡-2030은 TV를 안 본다고? tvN은 달라!'에서 '선재 업고 튀어'를 기획·제작한 김호준 CJ ENM 스튜디오스 CP는 “일단 화제성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원을 보내주시는 시청자들에게 감사하고 있다”며 “이 성과가 고무된 부분은 작품의 평가에 대해 안티가 없다는 사실이다. 여러분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상혁 채널사업부장은 "라이징 스타 변우석 씨가 인생 캐릭터를 만나 '선친자'(선재에 미친 자)를 만들어내며 가장 '핫한' 드라마가 됐다"며 "주목할 점은 2030 여성 시청률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올해 방송 드라마 중 20대 여성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부연했죠.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은 데엔 변우석·김혜윤의 열연이 있습니다. 각자의 불행에 괴로웠던 임솔과 류선재가 알고 보니 '15년 짝사랑'한 사이였고,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가 섬세한 감정선을 타고 전달되면서 눈길을 사로잡은 겁니다.

소중한 친구로 시작해 서로 마음을 깨달아가며 연인이 되는 서사는 사실 멜로에서 흔한 과정입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여기에 타임슬립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임솔과 류선재는 10대~30대 사이를 오가는 타임슬립을 통해 1회의 결말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형성해가죠. 류선재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도 풀어가면서 긴장감까지 더했습니다.

곳곳에 심어놓은 복고 코드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임솔은 고소한 식빵 냄새가 가득한 생과일 전문점 '캔모아'에서 팥빙수를 먹으며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남학생의 '싸이월드'를 찾아가 '일촌 신청'을 합니다. MP3 플레이어를 통해 들려오는 2000년대 노래는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죠. 이 시기 학교에 다닌 세대라면 공통으로 회상할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요소를 속속 배치하면서 유쾌한 재미를 준 겁니다.

각색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새로운 설정을 더하면서 신선한 재미를 추구하는데요. 원작에서는 임솔이 좋아하는 가수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일방적으로 헌신합니다. 반면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삶의 위기에서 구해주는 '쌍방 구원 서사'로 각색됐죠. 특히 류선재가 먼저 임솔을 좋아했지만, 임솔이 15년 동안 이를 알지 못했다는 반전이 공개되면서 시청자들이 이마를 또 한 번 짚게 했습니다. 류선재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김태성(송건희 분) 역시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 추세는 웹툰이나 웹소설 등 원작의 주요 스토리라인과 캐릭터, 세부 설정을 그대로 옮겨오는 편"이라며 "'선재 업고 튀어'가 주목받는 건 적극적인 각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매체에 맞게 이야기를 각색하면서 몰입도와 캐릭터들의 매력까지 높인 겁니다.

팬덤 현상도 남다른데요. 특히 수많은 이들의 '월요병'을 치유해준 변우석의 경우 ‘선친자’ 신조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극 중 이클립스 멤버 류선재가 데뷔 전 첫사랑 임솔을 생각하며 쓴 자작곡 '소나기'는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 차트 16위에 오르는 등 인기 가수들도 힘들다는 멜론 ‘톱100’ 차트까지 뚫으며 인기의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화제의 중심에 선 변우석은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9일 정오에는 위버스 공식 커뮤니티와 프라이빗 채팅 서비스 위버스 다이렉트메시지(DM)를 오픈했는데요. 오픈 2시간여 만에 변우석 위버스 가입자 수는 1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죠.

12일 방송되는 SBS 예능 ‘런닝맨’ 녹화를 마쳤으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하는데요. ‘유퀴즈’의 경우 작품 홍보 이슈 이외에 대세 스타들의 섭외가 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변우석의 출연은 ‘선재 신드롬’을 증명하는 대목으로도 풀이됩니다. 다음 달부턴 대만 타이페이를 시작으로 태국 방콕, 서울, 홍콩 등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아시아 팬미팅 투어를 개최합니다. 고공행진하는 그의 인기에 "팬미팅에 내 자리가 있겠냐"고 한탄하는 팬들도 수두룩한데요. 그의 차기작 행보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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