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섬유업계가 그동안 미국과 일본 등 선두기업이 선점하고 있던 '슈퍼섬유'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코오롱의 공격적인 투자에 이어 효성과 휴비스가 아라미드 섬유 개발에 성공, 조만간 상업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휴비스는 최근 메타계 아라미드 생산기술을 확보, 전주 공장에 연간 5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건설 중이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분자구조에 따라 메타계와 파라계로 나뉜다. 메타계 아라미드는 섭씨 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딜 수 있고 방사능에도 강해 전기전열시, 소방복, 건축자재 등에 사용된다. 그동안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는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사로부터 전량 수입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휴비스가 이번에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를 개발, 생산에 들어갈 예정임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메타·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를 모두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는 현재 ㈜코오롱이 제품생산에 나서면서 앞서나가고 있다. 이어 효성도 조만간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증설 작업에 완료되면 코오롱은 연산 8000t 규모로 늘릴 수 있게 되며, 향후 2000t 규모를 추가로 증설해 총 1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코오롱은 신섬유제품인 초고탄성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효성도 올해 하반기 '아라미드' 섬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효성은 연간 생산능력 1000t 규모의 아라미드 섬유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오는 7월경 본격 상업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효성 관계자는 "현재 시험생산을 통해 제품의 품질 등 최종 점검에 나서고 있다"며 "7월 또는 8월경 상업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슈퍼섬유의 또다른 축인 탄소섬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섬유는 초경량, 고탄성으로 스포츠레저, 건축보강재, 자동차, 항공, 에너지 소재 등으로 시장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 일본이 장악한 아라미드 섬유시장에 코오롱을 필두로 효성과 휴비스가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면서 향후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향후 과제라는 지적이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활발한 투자에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민관협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 등 슈퍼섬유 분야 선두기업과의 특허분쟁, 지적재산권과 같은 분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국산화 추진에 발목을 잡기 위한 것.
미국 화학기업인 듀폰(DuPont)은 코오롱을 상대로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의 생산·영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유출을 주장하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의 듀폰, 일본 데이진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상업생산에 나선 코오롱의 시장 확대를 경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국산화에 성공, 상업생산에 나서면서 시장잠식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소송과 같은 지적재산권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며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만큼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초기단계부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