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윤선 우리은행 외환사업부장 “스페셜리스트 되려면 특기 갖춰라” [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⑤]

입력 2024-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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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5-19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입행 1년 반 만에 당시 ‘남성 영역’이던 외환계에 발 들여
기회 얻은 만큼 책임감 가지고 ‘나만의 강점’ 만드는 데 몰두
자격증 취득 등 끊임없는 학습 결과 ‘외환 전문가’ 타이틀 얻어
“외환에 문제 생기면 방윤선에게” 은행 지점·업체 문의 이어져
“성별에 얽매이지 말고 치열하게 움직여야 전문가 될 수 있어”

‘K-투자의 선봉장’ ‘중소·중견기업 수출금융 강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외환 사업 분야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다. 이를 이루기 위해 3월 외환 자본거래 전담 조직인 '글로벌투자원(WON)센터'를 강남에 이어 광화문에도 열어 투자 활성화 지원에 본격 나섰다. 이달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협약을 맺고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등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환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우리은행의 중심에 방윤선 외환사업부장이 있다. 그는 은행의 목표를 실현할 외환그룹 핵심 인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방 부장은 우리은행 안팎에서 인정하는 ‘외환 전문가’다. 내부에서 외환업무에 문제가 있으면 “방윤선에게 연락해 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외환센터를 나와 인재개발, 기업고객부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에도 여러 지점으로부터 외환업무 관련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종종 받았다. 최근에는 은행 지점, 기업 직원들로부터 해외 투자·송금 관련 문의를 받고 이들이 외환 무역사기거래에 휘말리지 않게 도왔던 일화도 있다.

1994년 입행 후 외환업무센터 과장, 평촌지점 과장에 이어 기업영업전략부 차장, 인재개발부 부부장, 외환업무센터 부부장직을 거쳤다. 2022년 12월에는 입행 28년 만에 외환사업부장직을 맡았다.

▲방윤선 우리은행 외환사업부 부장이 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우리은행 안팎에서 인정받는 '외환 전문가'다. 그는 “어떤 문의가 오든지 최선을 다해 답을 해드린 것이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방윤선 우리은행 외환사업부 부장이 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우리은행 안팎에서 인정받는 '외환 전문가'다. 그는 “어떤 문의가 오든지 최선을 다해 답을 해드린 것이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방 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별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움직여야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맡은 업무에 책임감을 느끼고, 강점을 개발한다면 성별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요소”라고 했다.

그가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1994년에는 남성과 여성의 업무가 구분되는 게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외환과 여신(대출)업무는 남성 은행원들의 몫으로 여겨지던 대표적인 분야였다. 특히 외환계에는 대학을 졸업한 남성 행원들의 차지였다. 여성 행원은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도 만연했다.

그러나 그에게 성별은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먼저 기회를 요청했고, 힘들게 얻은 만큼 최선을 다했다. 입행 직후 한 지점의 예금팀에 근무 중이던 방 부장은 은행에서 ‘스페셜리스트’로 살아남으려면 ‘특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지점 2층에서 영어로 업무하는 외환계 직원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과감히 외환계 업무를 배우고 싶다고 상사에게 요청했다. 6개월 후 방 부장은 외환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입행한 지 1년 반 만이었다.

외환업무를 맡게 된 뒤 학습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대학원에 입학해 국제경제학을 배웠다. 졸업 후에도 공부는 끝나지 않았다. 방 부장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8년에 걸쳐 △국제무역사 △국제공인신용장 전문가(CDCS) △외환관리사 1·2종 △외환전문역 1·2종 등 총 6개의 외환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한국무역협회, 금융연수원 등 외환 자격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지식과 경험이 쌓이니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었다. 외환업무센터에서 대기업의 수출입 업무를 맡으며 담당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연스레 거래 기업과 동료, 선후배, 나아가 회사의 신뢰를 얻었다. 우리은행 신입 행원부터 지점장까지를 대상으로 주요 업무와 상품에 대해 교육하는 ‘교수’로 활동한 것도 이 덕분이다. 방 부장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외환사업단 소속으로 직원 외환교육을 전담했고, 2016년부터 2년 간 인재개발부 소속 외환교수로 활동했다.

그는 전문성을 갖추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기본에 충실하게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가 30여년 간 우리은행에서 일하며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방 부장은 “본인이 원하는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생산성도 높기 때문에 직원들과 면담을 할 때 특정 업무를 하고 싶다고 하면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하고 싶은 일과 원하는 일을 생각하고 먼저 말해야지, 남들이 알아주기만을 기다리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자격증 공부부터 빨리 하려고 하기보다 은행 규정, 지침 등 기본 업무를 먼저 충분히 익히고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여성 인력이 실력 발휘하려면 일과 양육 병행 가능한 조직문화 있어야

▲방 부장은 성별보다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사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부장은 "자격을 갖춘 사람이 특정 업무를 하고 싶다고 하면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며 "이제는 은행 내에서 남녀의 차별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사업부의 경우, 전체 은행의 외환 업무를 기획하고, 고객들에게 외환상품을 파는 일을 하기 때문에 고객과의 관계 전략 등이 필요하다"며 "이 전략을 갖춘 직원들을 외환사업부로 오게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방 부장은 성별보다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사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부장은 "자격을 갖춘 사람이 특정 업무를 하고 싶다고 하면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며 "이제는 은행 내에서 남녀의 차별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사업부의 경우, 전체 은행의 외환 업무를 기획하고, 고객들에게 외환상품을 파는 일을 하기 때문에 고객과의 관계 전략 등이 필요하다"며 "이 전략을 갖춘 직원들을 외환사업부로 오게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방 부장은 금융권 내 여성 관리자 비율이 여전히 낮은 현상에 대해 “과거 불균형 채용과 사회적 고정관념 등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현재에는 가사나 육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점차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젊은 직원들의 경우 성비가 비슷하기 때문에 향후 임원들의 성비 또한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성 인력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으려면 ‘일과 양육의 병행’이 가능하게끔 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게 방 부장의 생각이다. 방 부장은 “과거에는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에 퇴사하는 여성 직원들이 많았지만, 현재 금융권 전반적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이 보편화해 경력 단절 우려는 많이 사라졌다”며 “우리은행은 이를 고려한 인력 이동, 출산휴가에 대해 눈치를 주고받지 않는 문화가 있어 여성 직원들이 부담을 많이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방 부장도 이 같은 조직 문화의 덕을 본 사람 중 한 명이다. 2년 간의 휴직 이후에도 일과 아이 양육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 사내 어린이집이 함께 있는 외환업무센터에서 근무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조직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기 때문에 일을 더 즐겁게,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외환 1등 은행이 목표…전 직원이 외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방윤선 우리은행 외환사업부 부장이 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 부장은 "수출, 환전, 수입 등 외환 사업 전반에서 우리은행이 '1등 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방윤선 우리은행 외환사업부 부장이 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 부장은 "수출, 환전, 수입 등 외환 사업 전반에서 우리은행이 '1등 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외환에 강한 은행.’ 방 부장이 우리은행 외환사업부장으로서 올해 세운 목표다. ‘외환’하면 우리은행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사업부는 현재 ‘QR 활용 외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QR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는 태국 등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이 서비스는 크게 현지 ATM 출금을 통한 외화 수령과 현지 가맹점 실시간 결제서비스로 나뉜다.

올해 1월 말 태국에 출시한 해외ATM 출금 서비스는 약 3개월간 해외 출금 2000건, 환전 실적 60만 달러 수준으로 실적이 매월 전월 대비 150% 이상 급증하고 있다. 이달 필리핀, 6월 인도네시아, 9월에는 홍콩·마카오 및 일본 등에도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지 가맹점 결제서비스의 경우 올해 10월, 약 80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외환사업부의 본업인 ‘수출입 경쟁력’ 강화와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도 힘쓸 계획이다. 방 부장은 “미·중 글로벌 공급망 갈등과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불안요인으로 고민이 많은 투자기업 대상 상담·컨설팅으로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또 “향후 원전기자재 보증, 수출대기업 협력사 수출 공급망 보증 등 상생금융을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은행 직원들이 외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그가 목표로 삼는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방 부장은 “외환 업무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직원들이 은행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외환 분야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또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며 “어떤 문의가 오든 ‘내 일’처럼 받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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