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철회한 해외직구 규제 설왕설래...개인 소비자만 '혼돈' [르포]

입력 2024-05-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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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 일대 (사진=배근미 기자)
▲용산전자상가 일대 (사진=배근미 기자)

“6월에 어쨌든 정부 규제가 시행되면 해외 직구(직접구매)도 쉽지 않겠죠. 서둘러 주문해야겠어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에서 만난 대학생 정우람 씨(가명, 25)는 최근 정부의 해외직구 규제 시행과 철회 방침 등 정책 혼선이 빚어지는 데 대해, “간보기같다”며 불안한 심경을 내비쳤다. 정 씨는 평소 컴퓨터 부품을 해외 직구를 통해 저렴하게 꾸준히 구매해왔다고 했다.

▲용산 선인상가 전경 (사진=배근미 기자)
▲용산 선인상가 전경 (사진=배근미 기자)

그는 “여론이 잠잠해지면 정부가 다시 규제를 시행할 것 같아 철회 발표에도 마음을 놓기 어렵다”면서 “최대한 빨리 부품을 받기 위해 배송비에 웃돈을 붙여서라도 해외 판매업자에게 최대한 서둘러 보내달라고 요청해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C커머스라는 벼룩 잡으려고 초가산간 다 태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 씨는 “알리, 테무가 너무 공격적으로 들어오니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를 살리기 위한 조치처럼 느껴진다”며 “무리한 규제보다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직구 소비자 간 공생을 위한 사전조사부터 하고 직구 규제를 하는 게 순서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날 용산의 복합쇼핑몰 내 건담숍에서 만난 직장인 한승준 씨(가명, 28)도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 강했다. 피규어 수집이 취미인 그는 해외직구가 활발해지면서 업체 간 경쟁 확대에 따른 가격적 혜택을 몸소 체감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정부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 규제 방침으로 이른바 매물이 줄어들고, 그에 따른 ‘되팔기’(reseller) 현상이 심화할까 우려하고 있었다.

▲용산 토이(건담) 판매점 전경 (사진=배근미 기자)
▲용산 토이(건담) 판매점 전경 (사진=배근미 기자)

그는 “정부가 어린이 안전 등을 이유로 KC인증 규제를 하겠다지만, 만약 이번 직구 규제 대상에 (건담 같은) 고가의 피규어가 포함된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규제로 인해 온ㆍ오프라인 매물의 씨가 말라버릴 수 있고, 그러면 소비자는 중고시장에서 구매하는 길 밖에는 없는데 그러면 결국 웃돈 주고 사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일부 돈 있는 사람만 사재기를 통해 중간마진을 높일 것이고, 소소한 취미마저 포기할 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반 개인소비자 뿐 아니라 해외직구와 연관된 이커머스 업체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높다. 국내에서는 11번가가 아마존과 손을 잡고 해외직구 포털로 운영하고 있고 옥션과 이베이 등이 해외직구 관련 사업을 영위 중이다. 한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하루 전 정부가 규제 정책 철회를 발표하면서 더 애매모호해진 측면이 있다”며 “일단 KC 미인증이나 유해상품으로 분류된 경우 판매 금지 처리를 하고 있긴 하나, 규제 여부에 대한 혼란이 꾸준히 일고 있어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소비자 불만이 거세자, 급기야 대통령실마저 이날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근 해외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KC(국가인증통합마크) 인증을 받아야 해외직구가 가능토록 하는 방침이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구매에 애쓰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 못 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의 정책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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