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다. 주 1회 주사제가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개발이 뒤처진 국내 기업들이 차별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월 1회 주사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고비’가 매일 맞아야 하는 기존 비만치료제와 달리 주 1회 주사로 투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만큼 약물 반감기를 대폭 늘려 한 달에 한 번만 맞아도 체중 감량이 가능하게 되면 피하주사에 대한 허들은 대폭 낮아진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및 지질나노입자(LNP) 플랫폼 기업 인벤티지랩은 ‘IVL3021’의 비임상시험에서 안정적으로 혈중 약물 방출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했다. IVL3021의 주성분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로, 위고비와 같다.
인벤티지랩은 유한양행과 올해 1월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제형 최적화와 초기 개발 및 제품 생산을 인벤티지랩이 맡고, 유한양행은 후기 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한다.
IVL3021은 독자 기술(IVL-DrugFluidic®)을 적용해 약물 방출을 정교하게 제어, 차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에서 효과를 보려면 치료제의 지속적인 투약이 중요하단 점에서 장기지속형 약물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바이오와 경동제약은 1개월 장기지속형 주사제 ‘AUL009’의 공동 개발에 나섰다. 주성분은 마찬가지로 세마글루타이드다.
아울바이오는 생분해성 고분자로 만든 초미세 크기의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 약물전달체 안에 원하는 치료 성분을 고용량으로 탑재하는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 AUL009는 이를 활용해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을 서서히 방출, 한 달 동안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당뇨 유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체중감소와 혈당 수치 감소 효과를 동시에 확인했다. 또한, 원숭이 모델에서 약물 농도가 30일 동안 지속했다.
펩트론은 지속성 약물 전달 기술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적용한 ‘PT403’과 ‘PT404’의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각각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기반의 물질이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일라이릴리가 ‘젭바운드’로 상업화했다.
스마트데포는 생분해성 구슬방울에 약물을 담아 혈액에서 서서히 방출시켜 체내 약물농도를 유지하는 기전이다. 초음파 분무건조를 이용해 약물을 저장,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1개월 지속형 제품은 물론 2개월 이상 지속형 제품 개발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월 1회 주사제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앞서 나가고 있다. 암젠은 임상 1상에서 한 번 투약으로도 체중 감소 효과가 장기간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으며, 연내 임상 2상 톱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