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은행은 22대 국회가 무섭다

입력 2024-05-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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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임기 개원이 딱 1주일 남았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불안한 심정으로 22대 국회를 바라보는 곳이 있다. 바로 은행권이다.

당장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초과이윤세 도입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명 ‘횡재세’로 불리는 초과이윤세는 은행권이 일정 기준 이상 크게 번 돈을 정부가 세금으로 걷어가겠다는 것인데, 이미 야당 주도로 21대 국회에서 법안은 발의된 상태다.

사실 민간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경제 기본원리에도 맞지 않다. 한번 축구 경기에 비유해보자.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과 전략에 따라 경기를 펼치고, 심판은 공정하게 규칙을 적용해 축구 경기를 운영한다. 그런데 갑자기 심판이 특정 선수에게만 골을 넣지 말라고 지시한다면, 그 경기는 과연 공정할 것일까.

그럼에도 국민을 상태로 ‘이자놀이’를 해 ‘돈잔치’를 벌이는 파렴치한으로 은행권을 매도하더니 ‘횡재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당은 은행권 편을 들고 나섰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은행권의 초과이익을 횡재세로 걷는 특별법을 3년 한시로 도입하겠다는데, 이는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금융산업 근간을 흔들고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믿을 수 만은 없다. 여당 역시 은행을 정치권의 ‘곳간’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당장 대통령부터 은행이 국민을 ‘종노릇’ 시킨다며 은행권에 정책기금 출연을 요구해왔다.

야당의 횡재세 도입을 비난했던 날에도 여당은 금융당국의 정책서민금융 지원 확대 조치를 칭찬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금융회사의 정책서민금융상품 출연금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치켜세운 것이다. 속앓이를 하는 것은 이번 조치로 또 돈을 쏟아붜야 하는 은행들 뿐이다.

물론 고금리에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하는 것은 사실이고, 은행들이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기는 하다.

이중과세 우려에 위헌 소지까지 있는 횡재세 추진이 과연 꼭 필요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횡재세를 밀어붙이는 야당에서는 유럽 등 선진국들이 횡재세를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선제적으로 횡재세를 도입한 스페인의 경우 중앙은행 총재가 나서 횡재세를 비난하기도 했으며, 이탈리아는 횡재세 도입에 따른 우려가 커지자 기존 법안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또 프랑스나 독일 같은 경제 대국은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더라도 은행 횡재세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자놀이’나 하는 은행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은행은 경제의 혈액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자금을 필요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 전반의 활동을 촉진한다. 또 금융 혁신을 통해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도 지원한다. ‘횡재세’라는 족쇄가 채워지면 당장 건전성 부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투자 의욕 저하로 은행의 혁신과 경쟁력이 저해될 수도 있다.

무작정 은행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횡재세가 거론되고, 일부 여론이 옹호에 나선 이유는 분명 있다. 은행들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억울하다고 항변만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 반성과 함께 국민 눈높이에 맞춘 대안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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