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는 다이어트용?…전문가들 “무조건 믿어선 안돼” [제로푸드 전성시대]

입력 2024-06-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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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당 복부 팽만ㆍ설사 부작용 가능성 여전

다이어트ㆍ혈당 조절 효과 규명도 아직
“과장 광고로 소비자 오인 부르지 말아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제로(ZERO)' 음료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제로(ZERO)' 음료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른바 '제로(zero)' 식품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며 관련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제로 식품들이 다이어트나 혈당 조절에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선 아직 제대로 효과가 규명된 바 없는 만큼, 소비자들도 제로 식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15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스파탐, 스테비아, 알룰로스, 수크랄로스 등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로 식품에 널리 쓰이는 대체당에 대해 안전성을 인정했다. 다만 이런 대체당들의 과도한 섭취나 복부 팽만 등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고하고 있다.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대학교 연구진 또한 대체감미료의 단맛은 오히려 식욕을 촉진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대한비만학회장을 역임한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에 나오는 논문들을 보면, 제로 식품이 칼로리는 없지만 체중 조절에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미각 신경이 단맛을 느끼면 호르몬이나 뇌에 교란이 생겨서 오히려 단 음식을 더 찾게 된다거나, 인공감미료가 대장균의 패턴에 영향을 줘 장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2월에 나온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을 보면 인공감미료인 에리스리톨의 경우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식품업계에서는 대체감미료를 널리 쓰면서 관련 성분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롯데중앙연구소와 박유경 경희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 무설탕 디저트 제품의 혈당 상승이 설탕이 들어간 제품보다 유의미하게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월부터 11개월간 성인 남녀 3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무설탕 젤리를 섭취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혈당 수치는 최대 17%, 인슐린은 최대 57% 낮았다. 무설탕 쿠키를 섭취한 집단 또한 대조군보다 혈당 수치가 최대 12%, 인슐린은 최대 50% 낮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정의학과 교수는 "당이 없는 제품이니 섭취했을 때 혈당 조절 효과가 있는 것처럼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될지는 아직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설탕·저칼로리 제품의 효과나 기능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만큼 과도한 광고로 소비자 오인을 불러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국내에서 판매 중인 5개 제로 슈거 소주를 검사한 결과 일반 소주와 당 차이가 크지 않다고 결과가 나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로 슈거 소주에서 표시한 대로 당류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일반 소주도 애초에 당 수치가 높지 않아 소비자가 제로 슈거 소주를 더욱 건강하다고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로 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다 보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과장 마케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광고나 마케팅할 때는 사실에 기반해 정확히 할 필요가 있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당 성분은 낮추면서도 영양소가 풍부한 제로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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